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에 살면서]부동산 투기로 내모는 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에 살면서]부동산 투기로 내모는 사회

입력
2003.05.28 00:00
0 0

경기도로 이사를 하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니다 보니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신문을 보니 국세청 직원의 투기현장 입회단속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 업소들은 때가 되면 다시 문을 열고 예전처럼 업무를 재개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지 부동산 중개업자 탓으로 돌리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는 악인가?현재 일본의 장기불황을 가져온 기폭제는 1980년대 말의 부동산 투기와 그것을 조장한 은행 융자다. 일본 부동산 투기의 장본인은 기업과 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이지 시민은 별 관련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웬만한 직장인이면 크고 작은 부동산 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저 꼬박꼬박 저축을 해나가는 계층들이다. 왜? 한국에선 부동산 투기가 재산을 키우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고 로또 복권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금리가 내린 지금은 더욱 그렇다. 일본의 직장인은 입사하면 보통 회사와 은행이 제휴한 재산형성형 적립(비과세)에 가처분자금의 일부를 적립하여 인생설계를 위한 목돈을 만든다. 살림집이나 자동차 등은 보통 20∼30년 장기할부로 구입한다. 그것으로 평생 필요한 재산확보는 충분하기에 굳이 투기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면 저금리 저축만으로 집을 구하고 학자금을 마련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학력이 낮으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돈 있는 사람들은 투자로 재산을 늘릴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재산을 키울 기회조차 없이 살아야 한다. 투기를 마다할 수 없다. 자산을 늘리는 것이 가장의 의무이며 자식을 위한 최고의 선물인 현실에서 정부가 투기를 무조건 악으로 보고 대증요법만 벌이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사회경제구조를 시정하는 일이 투기과열을 바로잡고 자금흐름을 정상화하는 근본 요법이다.

왜 고졸과 대졸 임금은 하늘과 땅 차이인가? 왜 직업에 따라 수입의 자릿수까지 달라져야 하는가? 고위층의 수입이 좀 줄더라도 일반 서민들이 정상적인 저축을 통해서 재산을 만들 수 있는 수입의 평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저축을 통해 생존권이 보장되면 서민에게 타격을 주지 않고 투기 자금을 산업계로 흘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되지 않겠는가. 나도 한국에서 한 서민으로, 가장으로 살아보니 한국의 또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도로키 히로시 일본인 서울대 지리 학과 박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