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채권단이 최종시한으로 정한 27일까지 만족할만한 SK글로벌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음에 따라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SK그룹과 채권단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이 엄청나 막판 타협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이날 "SK측이 확실한 정상화 의지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채권단이 굳이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회사를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이미 청산절차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8, 29일께 채권단 협의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주) 관계자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SK글로벌에 대한 매출채권 출자전환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하는 순매출채권 1조원(총매출채권 1조5,000억원에서 매입채무 5,000억원을 상계처리)의 출자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SK글로벌 청산여부는 결국 SK그룹과 채권단 어느 쪽이 청산에 따른 피해가 더 많을 것인지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는 벼랑 끝 싸움의 양상이 되고 있다.SK그룹에 미칠 파장
SK글로벌 청산시 SK그룹 해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SK생명(71.7%), SK해운(33.2%), SKC& C(10.5%) 등 계열사 지분 전량이 매각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단이 SK(주)에 대해 자금압박을 가할 경우 SK(주)는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SK텔레콤 지분(20%·1,800만주)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해운, SK케미칼 등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도 우려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들 회사에 대한 여신이 가능했던 것은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의 계열사라는 이유 때문"이라며 "SK(주)나 SK텔레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경우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태원 SK(주) 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사실상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SKC& C 지분(44.5%·44만5,000주)을 포함해 최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맡긴 SK계열사 지분 전량을 매각할 방침이다. 이밖에 SK(주)도 판례상 부실책임이 있는 계열사의 상거래채권은 금융채권보다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SK글로벌에 대한 상거래채권 2조1,000억원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청산되면 대주주인 SK(주)는 유무형의 손실이 수조원대에 달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매출채권과 출자지분 등 3조원대의 손실 말고도 이미지 격하, 계열사에 대한 향후 채권단의 자금 압박 등을 감안하면 그룹 전체가 입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단도 부담 커
청산에 따른 '빚잔치'시 채권단의 채권 손실은 최소 5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청산시 채권의 35% 정도를 회수할 수 있고 이 경우 전체 8조6,000억원의 채권 중 5조6,000억원은 회수가 불가능하다"며 "법정관리에 따른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증권은 "1분기 기준 국민, 하나, 우리, 조흥은행 등 8개 채권은행(채권액 2조9,330억원)의 충당금 적립비율은 12.5%인 3,667억원"이라며 "SK글로벌이 청산되면 적립률은 53%로 높아지고 추가 충당금은 1조1,966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SK글로벌 청산시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회사채 시장의 마비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SK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신규 발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물론, 이들 계열사의 회사채가 편입된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한 대규모 환매 사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관명 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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