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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누이·아내·어머니 남성에 "종속사슬" 끊어야죠"/호주제 폐지 홍보대사 권해효 "여성에 가혹… 일제 잔재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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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누이·아내·어머니 남성에 "종속사슬" 끊어야죠"/호주제 폐지 홍보대사 권해효 "여성에 가혹… 일제 잔재일뿐"

입력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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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키우는 아버지라면 호주제 폐지를 주장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의 딸, 누이, 아내, 어머니가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호주제는 당연히 없어져야 해요."한국여성단체연합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38)씨는 여성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추는 그의 이름답게 27일 발족한 '호주제 폐지 272' 명단에도 올라 있다. 113개 여성·시민단체 272명으로 구성된 '호주제 폐지 272'는 현재 272명인 국회의원을 한명씩 맡아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알린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이날 제출한 민법개정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이 모임에는 권씨 외에 고은·신경림 시인, 이세중 변호사, 최병모 민변 회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인령 이화여대 총장, 장명수 한국일보 이사, 송자 대교회장, 김주수 경희대 교수, 조선형 한국걸스카웃연맹총재, 코미디언 김미화씨, 김병후 신경정신과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권씨가 호주제 폐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11개월 된 딸 지인이의 출생신고를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을 때였다. "출생신고를 하려는데 딸아이의 엄마 본적을 쓰는 칸이 있었습니다. 집사람에게 전화 해서 묻고 있는데 동사무소 직원이 웃으며 '물어보실 필요 없어요. 부인 본적은 권해효씨 본적과 같아요'라고 가르쳐주더군요."

혼인신고나 아들 유진이의 출생신고를 권씨의 부친이 대신해줬기 때문에 이를 몰랐던 것이다. 권씨는 가정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호적에는 자신에게 소속된 것으로 표시됐다는 것을 알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그 충격은 딸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제 아이 역시 결혼하면 호적을 '파서' 남편 밑으로 옮겨야 한다니 끔찍했습니다. 그리고 살다 보면 혹시라도 이혼할 수 있는 일인데 그 때 이 제도로 인해 받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데 생각이 이르자 가만 있을 수 없었죠."

권씨는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호주제가 우리나라 전통과는 상관 없는 일제의 잔재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차라리 '남성 중심 가족제를 옹호하는 이들의 모임' 같은 이름으로 바꾸어야지, '정통'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누구를 위한 호주제인지 깊이 생각해본다면 정답은 나오는 것 아닙니까?"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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