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컴퓨터만 켜면 세계가 내 손 안인데 외국어 배우러 멀리 갈 필요가 있나요."3차원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가상현실 체험영어'라는 색다른 멀티미디어 영어학습 교재를 내놓은 세스넷(www.cesenglish.co.kr) 황규동 사장(40·사진). 첨단을 달리는 사업과는 달리 느릿느릿한 말투에 흔하다는 해외유학 경험 한번 없지만 창업 3년 만에 영어학습 테이프 교재 시장의 70%를 장악한 업계의 스타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충청도 양반'임을 고집하는 그는 모범 샐러리맨 출신이다. 1989년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증권회사에 취업, 소위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며 잘 나가던 터였다. 사업가의 길로 접어든 것은 92년, 한 선배가 우연히 생활정보신문 동업을 제의한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냈던 선배는 집안의 반대로 일을 벌이지도 못했고, 며칠 일찍 사표를 냈던 그가 모든 짐을 떠맡게 됐다.
막막한 상황에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뜻밖의 '대박'이 터졌다. 한창 국내 경기가 좋아지던 시기라 광고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소위 교차로, 벼룩시장 등 생활 정보지의 황금기였다.
99년 시작한 영어교재 사업은 '왕초보'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쉽고 반복적으로 만든 무료 샘플테이프를 영어에 관심 없는 영어맹(英語盲)들에게 나눠준 것. 이내 '세스영어 열풍'이 불어 첫 교재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3년 동안 1,000억원 어치의 교재를 팔았다. 세스넷의 2002년 매출실적은 약 130억원, 소비자가 기준 600억원에 이른다.
황 사장은 3월 초 내놓은 '가상현실 체험영어'로 새로운 승부를 걸고 있다. 안방에 앉아 외국 현지의 상황을 체험하는 멀티미디어 양방향 대화(Interactive)형식의 교재다. 그는 "컴퓨터의 힘으로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현장감 있는 콘텐츠 개발이 가능해졌다"며 "외국어 교재도 이제는 첨단 기술과 결합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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