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용 컴퓨터 시장의 양대 산맥인 IBM과 HP가 시장 주도권 전략을 내놓고 날카롭게 맞서면서 한국시장을 둘러싼 두 회사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HP는 최근 기업용 컴퓨터 시장을 겨냥한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AE)라는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의 정보기술(IT)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AE 전략은 어떤 사업환경 변화에도 딱 맞는 통합적 경영 정보화를 낮은 비용과 적은 인력으로 실현시켜 준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이는 한국IBM이 3월 발표한 '온 디맨드'(On demand) 전략과 기본적인 문제 인식이나 해결 방향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IBM 역시 기업의 모든 업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경영 정보화 시스템을 저렴하게 구축해 주는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맞붙게 된 양사는 "어차피 고객의 요구에 맞추다 보면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이들은 각자의 전략이 갖는 우수성을 역설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IBM 관계자는 "IBM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서의 경험을 갖췄다"며 "튼튼한 기본기 및 안정성에서 HP는 경쟁상대가 못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HP측은 "온 디맨드 전략은 자사 제품만 고집하는 'IBM 순혈주의'의 산물"이라며 "온갖 종류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뒤섞인 일반 기업의 현실을 포용하는 HP의 AE전략이 한수 위"라고 응수했다.
업계는 지난해 '타도 IBM'을 모토로 컴팩과 합병, 덩치를 부쩍 키운 HP와 업계의 맏형자리를 위협 받는 IBM간의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HP는 지난해 컴팩코리아와의 통합으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최초로 한국IBM을 3,000억원 가까이 앞서는 기염을 토했고, 이를 바탕으로 리눅스 수퍼 컴퓨터 등 대형 시장에서 한국IBM에 거센 도전을 하고 있어 한바탕 '결전'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