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나요/ 내게 말해요/ 우리 사랑한 날들 모두 거짓이라고'로 시작하는 노래 '사랑했나요'는 흔하디 흔한 사랑타령일 수 있다. 색소폰 연주로 시작되는 간주 부분도 어쩌면 진부하다. 하지만 나원주(30)의 목소리로 들으면 다르다. 그의 목소리는 진작 다 잊은 옛사랑의 기억까지 끄집어 내 새삼 슬픈 기억에 파묻히게 한다. '미치도록 슬픈 노래'를 찾아 헤매던 발라드 팬들이라면 눈물이 솟을 만큼 반가운 노래다.남성 듀오 '자화상'으로 활동하던 나원주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자화상 시절처럼 그는 이번 앨범에도 '착한 노래를 단정한 목소리로' 부른다. '착한 노래'라는 말에 대해 그는 조금은 민망한 눈치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가스펠을 듣고 자란 것이 악의 없는 노래를 만들게 된 배경 아닐까"라고 스스로 분석해 본다. 최소한의 악기만을 사용해 가수의 목소리를 최대한 살리는 단정한 음악을 만드는 것도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치며 혼자 노래 하기를 즐겼던 탓"이라고. 몇 번의 이별 경험과 '세상 살아가기 참 힘들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넘쳐 흐르는 감수성은 슬프디 슬픈 가사를 만들어 낸다. 자화상 시절 '니가 내리던 날'에서 극치를 보여줬던 물기 가득 머금은 그의 촉촉한 목소리까지 합하면 나원주식 발라드는 완성되는 셈.
"너무 늦었죠? 지난 몇 년 동안 '앨범 언제 나오냐'는 말을 한 5,000번은 들었어요." 자화상 2집이 1998년에 나왔고 솔로 음반을 내기로 계약한 것이 2000년이었다니 참 오래 걸리긴 했다. 그 동안 그는 김건모, 신승훈, 이소라, 박정현, 윤종신, 이문세 등의 앨범 작업에 작곡가, 연주자, 편곡자, 프로듀서로 다양하게 참여했다.
"어려운 음악을 되도록 쉽게 만들어 누가 들어도 거부감 없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말처럼 이번 앨범은 "아주 대중적"이란다. 이번 앨범에는 '사랑했나요' 외에 까다로운 발라드 팬들의 입맛을 고루 채워줄 밝고 경쾌한 발라드 '그대이기에', '그대를 다시 만나면' 등과 자화상 시절의 분위기와 가장 근접한 '미련' 등이 실려있다.
/최지향기자
사진=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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