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으로 알려진 경제부처의 모 국장은 요즘 평소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안부전화를 자주 하고 있다. 주로 자영업이나 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교 동창생들이다. 그는 "같이 골프를 쳐도 오해를 받지 않을 만한 친구들과 약속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경제부처의 모 과장은 며칠 전 타부처 관계자 4명과 회의를 마치고 한식집에서 등심과 백세주로 저녁을 먹었다. 비용은 22만6,000원. 그는 1인 당 3만원 이내로 제한된 식사비용을 맞추기 위해 정부 구매카드로 15만원을 결제한 뒤 나머지는 사비로 충당했다.
공무원 윤리강령이 본격 시행된 지 불과 1주일 가량 지났지만, 벌써부터 각종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청사 주변 식당들은 단골 공무원들을 붙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값을 할인해 주는가 하면, 1인 당 식대를 3만원 아래로 떨어뜨리기 위해 2명이 먹은 것을 4명이 먹은 것으로 처리해주는 고육책도 동원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남몰래 접대 받는 소수 공무원들 때문에 전체 공무원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어 사기만 꺾였다"고 불만이다. 윤리강령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경제부의 한 간부는 "학술단체나 민간 연구소와 함께 하는 세미나 일정에는 골프행사가 끼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만 낮잠을 자라는 얘기냐"고 말했다.
일리 있는 항변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크게 다르다. 최근 전북 익산시 공무원들의 접대비리에서 보듯, 부패성 접대나 음성적인 촌지 수수관행이 여전히 뿌리깊기 때문이다. 당장은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이번 만큼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대우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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