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아 세운 대대적 홍보 계획은 '건전한 긴장관계'를 언론과의 새로운 좌표로 설정한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건전한 긴장관계'란 태생적으로 대칭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언론과 권력이 원칙에 입각해 제 갈 길을 가자는 것이다. 언론이 권력과 유착해서도 안되지만, 권력이 언론을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국무조정실이 작성한 '참여정부 출범 100일 성과 홍보계획'은 언론을 정권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신문 가판 구독을 중단하고, 기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토록 한 새 정부의 언론정책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무엇 때문에 각 방송사에 회견을 요청하고 TV및 라디오의 인기프로에 출연을 독려하며, 일간지에 정부성과를 알리는 칼럼이나 글을 기고하고 언론인과의 간담회를 주선해야 하는지를 묻고 싶다. 이 모두가 언론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판단할 사안들이다.
정부가 국정을 국민에게 알려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홍보계획은 국가의 주요 시책을 국민에게 알리자는 게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치적을 주입식으로 홍보하자는 것이다. 국정홍보와 정권홍보는 엄격하게 구분돼야 마땅하다.
홍보계획은 "그동안(100일)은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다" 면서 "본격적 국정운영은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점을 홍보의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범 100일이면 정권에 대한 일차 평가가 이뤄지는데도 이를 준비기간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홍보는 국정을 내실 있게 운영,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이다. 대통령 자신과 청와대 등 국정운영의 핵심파트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아무리 홍보를 해 본들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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