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경영 선언(1993년 6월 7일) 10주년을 앞두고 골프 금지, 접대비 축소 등 잇따라 긴축조치를 취함에 따라 삼성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삼성이 지난해 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에도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경쟁 기업들에 비해 양호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는 데도 오히려 앞장서서 비상경영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올해 신년메시지를 통해 "창업 65주년이자 제 2창업 15년, 신경영 10년인 올 한해의 노력과 투자가 향후 10년, 100년 후를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를 전환의 시기라고 강조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이 둔화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카드 연체율 증가로 타격을 입은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은 이라크전과 북핵 사태 등이 1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고 2분기에 들어서도 사스와 물류대란의 충격이 겹쳐 향후 실적호전을 낙관하기 어려운데다 주5일 근무 실시로 근무기강이 다소 이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전사적인 '혁신성과 배가 및 원가절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각 부서장들에게 회식을 1차로만 제한하고 소명이 불충분한 2차 회식을 하는 관련자를 문책하는 한편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도록 권고한 상태다. 아울러 '폭탄주' 등 과도한 음주문화를 자제토록 하고 단란주점 등 유흥주점과 골프장 출입을 삼갈 것을 지시했다.
삼성구조조정본부도 최근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임원들에게 골프 자제령을 내리고, 일부 골프장 회원권을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는 시기를 늦추거나 규모를 줄이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며 인력 채용도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올해 경영목표를 그대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신경영 10주년을 즈음 해 이 회장이 새로운 경영비전을 제시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처 자식 빼고 다 바꾸자', '양 위주의 경영을 과감히 버리고 질 위주로 간다'는 신경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신경영 개혁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10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그룹 차원의 대외행사를 일체 자제한 채 경영혁신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사내 행사만 계열사 별로 조촐하게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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