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동산 열풍 이후'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아파트 값 상승세가 둔화할 경우 저금리에 식상한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올 것인지,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에 따라 증시 수급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증권사 투자전략가와 경제분석가, 건설 담당 업종 전문가들은 정부의 '철퇴'로 요동치던 부동산시장의 과열 분위기가 가라앉더라도 부동자금의 본격적인 증시 유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재테크 측면에서 하반기에 부동산보다는 주식투자가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블 우려, 투기 대책 약효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값 상승이 19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 거품을 연상시켜 버블이 꺼질 경우 상당한 충격이 올 것으로 우려하면서 정부의 대책이 어느 정도 약효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이정욱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히 확인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시장은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갈 경우 정부의 추가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돼 최소한 최근 2∼3개월간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가격거품'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금융시장팀 전민규 연구위원은 "90년대 초 한국과 일본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정부의 규제였다"며 "급락은 없더라도 최소한 횡보하거나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부동자금 증시이동은 '글쎄'
부동산 값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아파트로 몰렸던 자금이 당장 증시로 대거 유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전현식 연구위원은 "부동산과 주식은 '쌀이 없으면 밀가루를 먹는' 대체재 관계가 아니라 투자 자금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부동산을 막는다고 해서 돈이 증시로 쏠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전 연구위원도 "증시 자금 유입은 부동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증시 자체에 달려있다"며 "자금은 갈 데 없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 나는 곳으로 흘러가는 것인 만큼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증시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할 경우 개인들의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채권의 부실화를 초래해 금융시장과 증시를 얼어붙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식시장의 동반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률 게임, 부동산보다 주식
부동산 자금 중에도 분양권 전매 등을 노린 단기성 자금이 많은 만큼 이들 자금이 증시로 옮겨올 가능성은 높다. 대우증권 이 연구원은 "증시 자금 유입은 금융시장 불안이 해결되고 국내외 경기 회복세 확인 등을 거쳐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수급 요인을 차치하고라도 하반기 투자는 부동산 보다는 증시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도 지역·종류별로 '틈새시장'은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은 이제 '상투'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증시는 바닥권을 막 벗어나 회복 및 상승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전 연구위원은 "부동산이 갖는 한국인 특유의 자산가치 측면에서 상승기대감은 남아있지만 최근처럼 20∼30%씩 터무니 없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투자증권 전 연구위원은 "소비자 부채와 미국 경기 회복여부 등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을 지켜본 후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경우 매수 타이밍을 잡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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