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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14·끝> 서부지역의 소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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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14·끝> 서부지역의 소수민족

입력
2003.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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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역은 중국 소수민족의 집중 거주지이다. 한(漢)족을 제외한 55개 소수민족 중 52개 민족이 서부지역에 주로 거주한다.중국의 13억 인구 중 8.4%(1억5,400만 명)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소수민족은 국경을 접한 아시아 각국과 역사적, 민족적 친화성을 갖고 있다. 이는 소수민족이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이 희박하다는 말과 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부대개발은 경제발전을 통해 소수민족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국경지역의 안보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도 함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소수민족을 포용하기 위해 전통 종교와 문화를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주도 우루무치에서는 위구르족의 종교인 이슬람교 사원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청진사(靑眞寺)로 불리는 이슬람교 사원들은 원뿔형 첨탑과 창문의 모자이크 무늬로 인해 중동지역 사원을 연상시킨다. 하얀 모자를 쓴 이슬람 교도들이 집단으로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러시티(熱西提) 신장 종교사무국 부국장은 "이슬람 교도들은 하루 다섯 차례 기도를 한다"며 "직장에서도 기도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직장에서의 기도는 약 10분 정도로 약식으로 올린다고 한다. 신장에는 최대 종교인 이슬람교와 불교 등 6개 종교가 있으며 각종 사원이 2만3,900개, 승려가 3만 명에 이른다.

칭하이(靑海)성은 장(藏)족의 라마교와 회(回)족의 이슬람교가 주류를 이룬다. 칭하이성 장족에게 중국 최대의 소금 호수인 칭하이호는 신성한 존재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1년에 한 차례씩 면적 4,573㎢에 달하는 거대한 칭하이호를 한 바퀴 순례해야 한다. 농한기인 초봄의 칭하이 호반은 상거지 몰골의 장족들이 3보1배를 하며 걷는 순례행렬로 이어진다.

칭하이성 주도 시닝(西寧) 교외의 라마교 대찰인 탑이사(塔爾寺)에는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라마의 사진이 걸려 있다. 칭하이성의 라마교 신도들에게는 분리독립 분위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라마교의 본산인 시장(西藏·티베트) 자치구 주도 라싸의 포탈라궁에서는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볼 수 없다. 당국이 티베트 분리독립운동의 상징인 그의 사진 게시를 금했기 때문이다.

자오위앤쯔(趙遠志) 티베트 대외문화교류협회 회장은 "라마교에도 최근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과거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승려가 개혁·개방과 함께 2류 직업으로 밀린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돈 잘 버는 기업가들이 생겨나자 이를 부러워한 승려들이 환속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자오 회장은 "환속 사태로 승려 부족사태를 겪는 사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족의 빈곤에는 전통적인 헌금(시주) 습관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족들이 번 돈으로 집수리나 내구 소비재 구입, 재투자를 하기보다는 헌금을 하기 때문에 빈곤이 악순환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원의 헌금 및 입장료 수입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각 사원의 승려 수를 제한하고 미성년자 출가 등은 규제한다. 자오 회장은 "사원이 민중에 기생하는 조직이긴 하지만 당국은 종교자유 원칙을 중시해 기본적으로 방임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말했다.

/우루무치·시닝·라싸=글·사진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정작 개발이익은 한족 차지

서부대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은 한(漢)족이 선점하고 있다. 목축과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소수민족의 교육수준과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비해 한족은 개혁·개방에 따른 시장경제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변경무역은 대부분 연안지역에서 몰려온 한족 무역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신장 우루무치와 칭하이성 시닝 시내에 들어선 호텔, 식당 등 각종 서비스 업종도 한족이 독차지한 상황이다. 소수민족 전통음식과 전통약재 등 한족이 손대기 어려운 분야만 소수민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

티베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라싸에서 건축재료 도매상을 하는 양삐화(楊碧華·40·여)씨는 쓰촨(四川)성 청뚜(成都) 출신 한족이다. 8년째 라싸에서 사업을 해온 그는 "라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나,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외지 한족"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지배인과 점원들은 상당수가 한족이다. 업주들이 중국 표준말인 보통화(普通話)와 한족 문화에 익숙치 않은 소수민족보다는 한족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수민족들은 전통문화를 고집하기보다는 한족문화와 사회에 동화되려는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신장사회과학원의 하이라티(海拉提·36·위구르족) 연구원은 "한족 주류사회에 편입되는 것이 아이들의 장래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기 딸도 한족학교에 보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족의 이익 선점에 별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부지역에 들어오는 한족들이 소수민족에 시장경제와 비즈니스 정신을 확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루무치·시닝·라싸=배연해기자

● 러시티 신장민족사무委 부주임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앙아시아 회교 국가들과 인종적, 종교적 유대감을 갖고 있어 분리주의 경향이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1997년부터 민족분리주의 및 테러행위와 관련해 신장을 '특별 대응 지역'으로 지정했다.

신장 자치구의 러시티(熱西提·55·위구르족·사진) 민족사무위원회 부주임 겸 종교사무국 부국장은 "90년대 민족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랐으나 당국의 강경한 대응으로 최근 크게 안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 위구르족은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비인도적인 테러행위에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신장지역에 대한 한(漢)족의 대규모 이민을 통해 소수민족의 비율을 낮추고 있다는 서방의 비난을 일축했다. "국내의 지역간 인구이동은 생업을 찾아 움직이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중국 건국 후 신장의 한족 비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족이 비즈니스를 위해 들어오듯 소수민족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한족의 이민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중앙정부가 소수민족의 교육과 문화보전을 위해 특별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9년제 의무교육에서 소수민족 학생은 학비 등 모든 비용을 전면 면제받고 있다. 우수 고교생은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 대학에서 선진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전통문화 보전을 위해서는 소수민족 문자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는 "공문에는 한자와 소수민족 문자를 병기하도록 하고 있으며 소수민족 언어로 방송하는 TV와 라디오 채널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직에서도 최고위 자치구 주석을 제외한 각급 행정책임자와 자치구 인민대회대회(지방의회) 위원장 등은 소수민족이 맡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임용에서 민족간 비율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소수민족을 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장의 소수민족 공무원 비율은 전체의 52.8%로 인구비율(59%)보다 낮지만 전반적인 교육수준 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루무치=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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