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 연쇄 자살폭탄 테러 이후 이란 안팎의 정세가 심상찮다. 미국이 정권 교체론까지 제기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의 압박과 민주화를 둘러싼 개혁파와 보수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미 의회 일부 중진 의원들은 25일 이란의 보수파 정부가 미국에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정부 교체 필요성을 주장했다. 포터 고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CBS 방송에 출연, "이란에선 선량한 사람들이 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나 나쁜 사람들이 권력의 지렛대를 쥐고 있다"며 "이들에게서 권력의 지렛대를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진인 제인 하먼 하원의원은 "이란은 지난해 이라크보다 더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미 행정부가 이란과의 접촉을 중단하고 정권을 흔들 적극적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포스트는 특히 국방부 관리들이 민중봉기를 통한 이란의 정권교체를 유도할 수 있는 강경한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행정부 내에서 최근 이란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는 부시 행정부 초기와 9·11 테러 이후 이라크에 대한 논쟁과 비견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란이 사우디 자폭 테러와 연관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비호하고 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알 카에다 간부들이 이란에서 활동해 왔고 현재도 활동 중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폭스TV는 미 정보당국이 이란에 있는 알 카에다 요원들이 사우디 연쇄 테러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도청자료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또 이란이 최근 수개월 동안 중부 사막지대에 있는 나탄즈 시설에서 핵 무기 제조를 위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부시 행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 시설에 대한 보고서를 이 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야바드 자리프 유엔주재 이란 대사는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알 카에다 색출을 위해 미국과 협조해왔다"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국의 압박이 고조되면서 이란에서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개혁파 의원 127명은 최근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평화적 개혁의 이행을 위한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며 정치적 교착 상태 해결과 개혁 프로그램 재개를 위해 개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서한은 그러나 개혁정당의 웹사이트 게재 2시간 만에 삭제됐으며,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국가안보위원회에 의해 공표가 금지됐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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