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6일 최근 상황을 '국정위기', '국정혼란'으로 진단하는 여론에 대해 "새로 도입한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일 뿐, 무엇을 위기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참모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참여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이 올바른 것인 만큼 일시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뒤집지 말고 대의명분을 갖고 원칙에 충실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시작했으나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 공조도 안정돼 있고 그에 따라 경제의 불안 요인도 줄어들고 있다"며 위기론을 부인하는 근거를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인식의 골자는 '국정위기 논란은 일시적 분위기 탓이며 따라서 정책 기조를 뒤집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서민의 어려움을 각별히 챙기는 등 경제 문제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시위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집단이기주의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참여정부의 1인자는 시스템이라는 인식 하에 하나하나 국정 문제를 정리하면서 시스템을 바로 잡아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대체로 위기의 실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 보도 등이 과도기적 혼란을 침소봉대,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이러한 인식의 근저에는 '노 대통령은 초심(初心)을 지켜가면서 일관되게 잘 해나가고 있는데 좁게는 지지층이, 넓게는 국민이 이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아 억울하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정책기조는 개혁적 실용주의"라고 규정한 뒤 "노 대통령은 이 기조에서 변한 적이 없는데도 일부 언론과 지지층이 변화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개판'등 대통령의 거친 어법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느냐"며 "'탈권위'는 문화적 충돌로 나타날 수 있으나 노 대통령이 가장 신경 써서 추진하고 있는 분야"라고 방어막을 쳤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의 이러한 상황인식에 대해선 국민의 현실 감각에 어긋나는,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른바 '문화적 충돌' 논리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국민이 일률적으로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말이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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