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일이 있으면 정확한 재판을 해달라고 탄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된 민주당 염동연 인사위원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에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대거 서명한 것이 논란이 되자, 서명자중 한 사람인 이상수 사무총장은 시빗거리로 삼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 했다.
이 총장의 말대로 검찰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통상적인 탄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명자 100여명에 포함된 의원 10여명의 면면을 보면 '재판부가 단순한 탄원으로 받아들일까' 하는 의문이 앞선다. 김원기 민주당 상임고문과 이 총장은 집권당의 실세인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고, 신계륜 의원은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염 위원에게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굳이 노 대통령의 측근까지 나서지 않더라도 변호사를 통해 그 사정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다.
탄원서의 내용 또한 도를 넘어선 듯 하다. 탄원서는 "염 위원은 개인간 거래일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의 결백을 믿는다"면서 "여론재판에 의한 시대적 희생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염 위원은 무죄이고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만일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다면, 사법부마저 왜곡된 언론에 휘둘렸다는 논리가 된다.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검사나 판사에 거는 '은밀한 전화'만이 부당한 압력은 아니다. 대통령의 측근과 여권 실세가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채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안에 공개적으로 죄없음을 주장하는 것 또한 간섭이고 압력이 될 수 있다. 공정한 재판과 수사는 정치권이 비리 사건을 '정치사건화'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이진동 정치부 기자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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