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근본인 법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심야 유흥가 파출소는 취객들의 화풀이 장소로 변했고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경찰이나 공무원 등은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룸살롱 등 유흥업소는 업태위반 등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참여정부를 내세운 새 정부들어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법질서 무시행위의 구체적 실태와 이에대한 대책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야 이 XX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신분증을 까라는 거야." "저 놈들이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23일 새벽 유흥가로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속칭 '먹자골목'내 사당2파출소. 만취상태에서 패싸움을 벌이다 연행된 취객 9명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관을 향해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계속 욕을 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됩니다"라는 경찰관의 만류에도 소용이 없었다. 뒤이어 노상 방뇨 혐의로 연행된 30대 남자는 "지도층부터 법을 안지키는 데 왜 우리 같은 서민한테만 시비야, 너네가 민중의 지팡이야, 개갽갽들아!"라고 고함쳤다. 조사를 맡은 경찰관은 이 취객을 달래고 윽박질러 겨우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했다.
이 파출소 이모(35) 경장은 "욕 먹는 건 다반사고 멱살을 잡히거나 주먹질을 당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택시비를 요구하기까지 한다"며 "걸핏하면 '민주 경찰이 그럴 수 있느냐. 인터넷에 띄워버리겠다'고 협박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들어 '법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불법 단속에 나선 일선 경찰관과 행정 공무원들은 "당신부터 먼저 지켜라" "왜 힘없고 백없는 사람들에게만 법대로 하라는 거냐"는 반발과 항의에 봉변을 당하기 일쑤다.
주말을 앞둔 23일 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인근 도로. '주차금지'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빈공간을 찾기 어려울만큼 불법 주차 차량들이 빼곡했다.
신촌파출소 박모(48) 경사는 "구청 공무원들이 단속을 끝내고 들어가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불법주차가 판을 친다"며 "차량을 빼라고 안내방송을 하면 오히려 '빼면 되지 왜 시끄럽게 난리냐'고 대드는 사람이 많다"고 털어놨다. 인근 식당의 한 주인은 "음주단속이 선별단속방식으로 바뀌면서 술을 마시고 곧바로 차를 몰고 가는 손님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법을 무시하는 차원을 넘어서 공권력에 대드는 행태도 빈발하고 있다. 경찰의 저지 명령을 무시하고 단속 경찰관을 끌고 달아나는 음주차량이나 사고차량, 범죄 용의차량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도심에선 경찰관이 실탄과 공포탄을 쏘며 추격전을 벌이는 경우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김석준 대표는 "지도층은 '치외법권'이고, 힘있는 사람들은 '안하무인'이며 대신 힘없는 사람들만 '법대로'라는 기막힌 현실이 전반적인 법 경시 풍조를 낳고 있다"며 "법과 원칙이 통하는 풍조를 만들기 위해 모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