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미용실, 키즈 화장품, 키즈 헬스클럽…지난 2월 청담동에 문을 연 '키즈봉봉'은 어린이전용 미용실이다. 12세이하만 고객으로 받는 이 미용실에서 아이들은 자동차 모형의 의자에 올라앉은 채 거울 옆에 달린 모니터로 만화영화를 보면서 파마를 한다. 아이가 머리를 하는 동안 함께 온 엄마는 미용실 옆에 마련된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기다린다. 커트는 1만5,000원이지만 샴푸비용 3,000원을 따로 받는다. 파마와 염색은 각각 5만원, 브릿지를 넣으면 1만원 추가. 서민가정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비싼 가격이지만 키즈봉봉은 오픈한지 1개월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정도로 잘 나간다.
탤런트 이지은씨가 운영하는 압구정동 '지아모'는 얼마전 현대백화점과 함께 어린이헤어쇼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어린이 전문이지만 함께 온 부모들도 원하면 머리를 할 수 있다. 또 목동의 키즈앤컷, 대구 대백프라자의 메장팡 등도 성업중이다.
어린이전용 화장품도 등장했다. 영국제 수입브랜드 '미스몰리'는 6∼13세를 겨냥한 어린이전용 저자극성 색조화장품이다. 반짝거리는 립글로스와 아이섀도, 헤어마스카라, 매니큐어 등이 1만4,000원에서 1만7,000원대에 팔린다. 수용성 천연원료라 어린 피부에 자극이 적고 물로 잘 씻어진다는 것이 장점. 이 회사 홍보실 박미영씨는 "어린 시절엔 누구나 한번쯤 엄마 화장품을 몰래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안전하게 충족시켜주기 위해 개발된 화장품"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만의 헬스클럽과 스포츠클럽도 있다. 여의도에 있는 와우키즈& 피트니스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만 받는다. 비만클리닉과 학교체육 보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만클리닉은 월 15만원, 헬스시설만 이용하는데는 월 6만원을 받는다.
싸이더스가 운영하는 싸이더스 스포츠리틀즈는 연회원제로 운영된다. 매주 일요일 승마 클레이사격 석궁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고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스포츠활동을 겸한 해외 영어연수를 떠난다. 한달에 세번 레포츠행사에 참가하는 연회원이 되려면 가입비가 340만원, 매달 마지막 주의 이벤트참가비가 별도로 30만원선, 여름 해외연수 700만원대 등으로 회원활동에 줄잡아 1,300여만원이 들지만 600명 회원모집에는 늘 줄을 선다. 회원중에는 지방에 살면서 매주 비행기를 타고 활동에 참가하러 오는 아이들도 꽤 된다.
이밖에 무냐무냐 첨이첨이 쁘띠랭 등 어린이전용 속옷브랜드도 잇따라 나오고있으며 영등포의 키즈앤맘, 청담동과 일산에 자리잡은 아이누리한의원 등 어린이전문 한의원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아낌없이 주련다- 대한민국 1%를 위한 투자?
키즈 소비문화의 확산은 크게는 생활문화수준 향상에 따른 결과이지만 자녀수가 줄면서 '아낌없이 주련다'형의 부모가 늘어나는 현실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싸이더스 스포츠리틀즈 마케팅실 남승윤 실장은 "경기침체에 거의 영향을 받지않는 곳이 키즈 시장"이라며 "부모들이 자기에게는 안써도 아이들한테는 쓰는 게 한국적인 정서"라고 말한다.
'아낌없이 주련다'는 다른 말로 하면 '내 아이만은 특별하게 키우겠다'는 표현이다. 거기엔 교육이든 옷이든 장난감이든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내 최고가 명품브랜드를 선언한 아동복 앙드레김 키즈를 7월부터 내놓는 마주인터내셔널 이철희 상무는 "내셔널브랜드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욕구를 맞춰줄 수 없다. 아동복을 실용성이 아닌 패션성에서 구매하는 층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은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 브랜드의 경우 정장 한벌에 70만∼80만원, 코트는 100만원대, 한정생산하는 블루라벨은 이 보다 가격이 20∼30% 더 높은데 벌써부터 매장위치를 묻는 소비자문의가 많다고 한다.
자동차업체인 BMW가 내놓는 3∼5세 유아용 BMW Z3 전동카는 이 브랜드의 정규차량인 M3컨버터블과 똑 같은 외양을 갖췄다. 자체 배터리로 움직이며 시속 6km 도달시간 15초의 성능을 자랑한다. 44만원에 이르는 고가이지만 매년 300대 가까이 팔린다. 업체입장에서는 유아시절부터 브랜드 로열티를 길러주는 효과가 있고 부모입장에서는 남이 못가진 특별한 장난감을 주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있다.
문제는 아낌없이 주고픈 부모마음이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리를 자극, 어린시절부터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도록 은연중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점이다. 싸이더스 스포츠리틀즈의 경우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의 아이들끼리 모이는 것에 주목한 부모들이 아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사교클럽을 미리 만들어주는 방편으로 삼기도 한다.
넓은 세상에서 인생의 험로를 헤쳐갈 무기를 스스로 개척하는 대신 안락한 온실을 제공해 그 안에서 자족하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자식사랑이 될 수 있을까. 의견은 분분하지만 현실은 시장논리와 인생의 지름길을 찾는 이들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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