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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옆구리 찔러 절받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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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옆구리 찔러 절받은 것 아닌가

입력
200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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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수석대표의 '헤아릴 수 없는 재난'폭언으로 난항을 거듭했던 제5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7개항의 합의문을 채택하고 끝났다. 남측은 회담 막판에 북측의 어정쩡한 구두 해명을 수용하고 쌀 40만톤 지원과 경의·동해선 궤도 연결행사를 6월10일께 군사분계선 연결지점에서 갖기로 합의해 주었다.북한 핵을 둘러싸고 북미, 북일 관계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22일(현지시간)부시 미 대통령의 텍사스 목장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때보다도 더욱 강성 대응책이 논의됐다. 이런 시점에서 남북간 대화채널만이라도 계속 열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위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북한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지 만은 않겠다"고 한 가이드 라인에 비춰보면 회담결과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단이 처음엔 북측의 폭언에 대해 '서울 불바다'발언에 상응하는 공갈 협박이란 점에서 강력하게 맞섰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또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의 사과가 없으면 대표단이 그냥 내려 올 수도 있다"고 대화자세의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어정쩡한 구두해명을 받고 쌀 지원과 철도연결에 합의했다. 옆구리 찔러 절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가 이미 내심 지원 방침을 확정해 놓고 정치적인 쇼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까지 든다. 이번만은 정부가 떳떳하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을 것으로 믿었던 국민은 또 한번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왜 막판에 또 초지를 꺾을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교류와 협력도 북핵 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하겠다는 '대화 속도조절론'과는 상충되지 않는지도 아울러 해명해야 할 것이다. 속과 겉이 다른 이런 자세로는 대북문제의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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