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또 아까시나무 이야기를 하니 제가 이 나무에 특별한 사연이나 애정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좋은 나무, 싫은 나무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나무는 제각기 다른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취향이 있는지라 구태여 우선 순위를 두라면 아까시나무는 한참 뒤로 밀렸을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무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이유는 이 나무가 그릇된 선입견과 오해 때문에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미움 받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입니다. 이즈음 도시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아까시나무가 시야를 가리니 이 같은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아까시나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분은 양봉을 하는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꿀이 비싼 나라의 하나라고 하는데 만일 이 나무가 없었다면….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잘 자란 아까시나무 한 그루에 달리는 꽃에서 따는 꿀의 가치가 2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설사 그의 몇 분의 1이라고 해도 매년 꿀을 얻을 수 있으니,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해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 꿀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곤충 특히 꿀벌을 위해서 만들어 냅니다. 제가 대학원에 입학해 처음으로 한 것이 바로 아까시나무 꿀의 분비가 시간적으로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한 것이었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정하게 나무를 찾아가 꿀을 추출하는데, 꿀벌의 활동시간과 꿀의 분비량이 일치하더군요. 한 나무에서 꽃과 잎의 양을 비교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꽃이 더 많더군요. 다른 나라에 들어와 척박한 자리에 잘 자리잡고 살려니 결실을 도와줄 꿀벌에게 이 정도의 물량공세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나무를 끔찍이 싫어하는 분은 무성한 가시, 아무리 잘라도 극성스럽게 자라는 줄기(맹아지라고 합니다)와 그 줄기에 붙은 가시 때문에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도 역시 나무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만들어낸 것입니다. 자르지 않고 잘 키운 이 나무를 보신 적이 있나요? 곁가지 없이 전나무처럼 쭉 뻗어 올라가며 크지요. 사람들이 베어버리려고 하니 이 나무는 살아 남으려고 더 많은 가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린 가지의 잎은 영양가도 많고 맛있어 산짐승이 탐내니 이 역시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것이지요.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토끼를주려고 잎 따던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혹 선조의 묘소로 이 나무의 뿌리가 쳐들어왔다고 해서 나무를 잘라 보아야 소용없습니다. 살고자 하는 아까시나무 하나를 자르면 훨씬 많은 가지를 만들어 낼 터니이까요. 그 보다는 이해를 해보십시오. 아까시나무는 천근성(淺根性)이어서 뿌리가 깊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 나무가 자라는 숲과 묘역 사이에 도랑을 파 놓으시면 뿌리가 이를 건너가지 못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 산에 이 나무를 심자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고려해 볼 필요는 있지요. 헝가리에서는 이 나무에서 일찍 피는 꽃과 늦게 피는 꽃을 개발해 개화기를 연장(그래야 꿀을 오래 많이 따니까요)한다고 하니 괜한 선입견으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일이 아까시나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이 기회에 아까시나무와 친해지고 싶다면 꽃을 조금 따서(아주 많으니까) 샐러드에 넣거나 잎과 함께 튀겨 먹어보십시오.
이 유 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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