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3일(이하 현지 시각)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이즈미 총리는 22일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크로포드 목장에서 산책 대담과 만찬 및 식후 간담회를 가졌다. 두 정상은 이어 23일 공식 회담을 갖고 동북아 정세, 이라크 전후 복구 참여 문제 등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해 '추가 조치'를 고려하기로 합의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1박 2일간 열린 정상회담은 두 정상의 결속을 과시하는 모양새로 일관했다.
22일 오후 텍사스주 웨이코 공항에 도착한 고이즈미 총리는 헬기로 목장으로 이동했다. 청바지 차림의 부시는 재킷 차림의 고이즈미를 감싸 안으며 트럭에 태우고 직접 운전하면서 목장을 안내하고 함께 산책을 한 뒤 만찬과 간담회를 가졌다.
목장에서 하룻밤을 묵은 두 정상은 23일 오전 공식 회담에 이은 공동 기자회견과 오찬 간담회로 일정을 마쳐 무려 10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는 우정을 과시했다. 회담도 노타이 차림으로 테이블이 없는 의자에 '무릎을 맞대고 앉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부시가 지금까지 이곳 목장에 초대한 외국 정상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4명에 불과해 이라크전 등에서 미국을 철저히 지지해 준 고이즈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고이즈미는 부시의 가장 가까운 맹우"라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부시는 '고이즈미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대화를 통한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추가 조치'에 강조점을 두었다. 양국은 북한 마약과 대량살상무기 전용 기자재의 거래에 대한 규제·단속을 강화하고 북한이 사용 후 핵 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거나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킬 경우에는 대북 송금·무역 정지 등 경제제재에 나선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이례적인 환대 속에 신뢰를 강화하고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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