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털을 깎아도 양이 모르게 한다"는 말을 세무행정의 금언으로 삼는 국세청이 23일 동원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투입,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공언했다.투기조장혐의 중개업소 600곳과 5·6월 아파트 분양현장 109곳을 상주 감시하고, 수도권 투기혐의자를 적발하기 위해 가동되는 조사인력만 3,000명. 별도로 전국 세무서의 전담 직원들이 중개업소를 밀착 마크한다니 국세청 조사인력 5,000명 전원이 부동산투기 잡기에 나서는 셈이다. 국세청 직원이 1만7,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세무공무원 10명 중 2명이 참여하는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의 '작전'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정도의 의지를 보여주면 투기성 거래는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확신했다. 조사요원이 상주한다는 600 곳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불법은 음지에서 활개치는 법.
조사 대상자들은 중개 사무실 대신 다방 등에서 단골들과 휴대폰으로 '모바일 영업'을 할 수도 있고, 고객의 집에서 차분히 투기를 논의할 수도 있다. 이들 중개업소의 매출은 소수의 특정고객이 한철에 좌우하기 때문에 임시휴업해도 먹고 살 길이 널렸다. 분양현장의 떴다방들도 마찬가지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국세청이 점 찍은 600개 중개업소는 잠시 휴업하든지, 사장이 장기 출장 갈 것"이라며 "대놓고 하는 거창한 단속은 오히려 피하기 쉽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무조사가 요란하면 할수록 그만큼 다른 수단으로 투기를 막을 자신이 없다는 증거라고 뒤집어 말하는 이도 있다.
국세청의 부동산투기 단속기한은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다. 이번 조치가 먹혀들지 않으면 조사요원들은 주인 떠난 중개업소 근처와 분양현장을 기약 없이 헤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김태훈 경제부 기자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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