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원장 윤미용)이 공연문화 원형탐구 시리즈 네번째로 '숙종조 기로연'을 무대작품화해 28일부터 6월 1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올린다.기로연(耆老宴)이라는 말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요즘 흔치 않다. 우리 고유의 풍속이지만 서구화를 거치며 낯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궁중의 풍속은 더욱 접하기 힘들다.
기로연은 조선시대 연로한 문신들을 예우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한 기로소(耆老所)에 등록된 70세 이상의 관리를 위해 국가에서 베풀어준 잔치이다. 임금도 기로소에 들어가면 음악과 춤 등의 연회를 벌였다. 임금은 60세 이상의 경우에만 기로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영조와 고종은 예외적으로 51세에 기로소에 들어갔다는 기록도 있다. 임금의 기로연 중에는 왕과 세자, 70세 이상의 원로대신 10명이 참석한 숙종 45년(1719년)의 연회 모습이 현재 경현당석연도(景賢堂錫宴圖)의 그림을 통해 전해져 그 원형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국악원은 앞서 종묘의 제사에 쓰이는 '종묘제례악', 정조시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재현한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 태평서곡', 공자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쓰이는 '문묘제례악' 등을 무대작품화했다.
앞선 작품들처럼 '숙종조 기로연'도 음악과 춤을 통해 조선시대 국가경영의 핵임인 예(禮)의 개념을 상징화했다. 세 가지 미덕 삼선(三善), 즉 부자(父子)의 도(道), 군신(君臣)의 의(儀), 장유(長幼)의 예(禮)는 기로연 중 술잔을 올리는 진작(進爵) 절차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신하가 임금에게 술을 올리고 임금이 신하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 때문에 공연의 부제도 '여민동락(與民同樂), 공경과 나눔'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로연에서 쓰였던 춤과 음악부터 의상, 소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상세히 고증한다. 기로연은 남자들만의 연회라 궁중 무용 재현도 남자 무용수만으로 이뤄진다. 조선시대 장중한 궁중 연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02)580―3042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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