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어버리면 경찰도 믿을 수 없는 나라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22일 벽제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아들을 품에 안은 김동식(46·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낙담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아들 A(15·서울 S중 3년)군은 지난달 3일 부모님과 함께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견학갔다가 실종됐다. 구경을 하다 아들을 혼자 둔 채 음료수를 사들고 와보니 아들이 사라진 것. 5살 때부터 자폐성 언어장애를 앓아온 A군은 가족외에는 의사소통을 거의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김씨는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찾지 못하자 4일 새벽 1시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김씨 부부는 일손을 놓은 채 서울 서부지역은 물론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4만5,000장의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다. A군의 급우들도 지난 15일 서울 지하철역 일원에서 A군을 찾기에 동참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A군은 실종 당일 오후 10시께 경기 평택시 진의면 경부선 하행선 철길 옆에서 화물열차에 치여 숨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평택경찰서는 A군의 신원확인을 위해 3,000장의 전단지를 경기도 일대 경찰서에 배포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A군의 신원은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49)대표에 의해 확인됐다. 지난 20일 나대표가 우연히 경기 분당에서 A군의 사진이 담긴 미아 전단지를 나눠주던 중 한 경찰관이 "평택경찰서에서 배포한 변사자 수배 전단지와 신원이 비슷하다"고 귀띔한 게 계기였다. 실종된 지 꼭 48일만이었다. 김씨가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파출소 앞 게시판에는 경찰이 배포한 변사자 전단과 가족들이 배포한 실종자 전단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나씨는 "일반인인 나도 2개 수배전단 사진이 A군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 데 정작 전문가라는 경찰들이 이를 못 알아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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