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꼭 50년이 됩니다. 그만큼 한국 입양인 사회도 성숙하고 자립했음을 모국에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습니다."미국과 유럽에서 사는 한국 입양인 4명이 내년에 대대적인 모국 방문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수잔 콕스(51·미 홀트 부회장), 토드 콰미즈(31·미 홀트 직원), 팀 홀름(45·미 공인회계사), 리즐로트 혜진 비르크무스(33·덴마크 코리안클럽 회장)이 그들.
이들은 홀트아동복지회 등 각종 입양기관을 통해 한국아동 입양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지 50년이 되는 내년 8월초 3박4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다함께(Gathering)'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함께 행사는 1999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처음 열렸고 200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두번째 열렸다. 3회째인 내년 행사에는 입양인 뿐 아니라 이들의 배우자들도 함께 참가해 입양인들의 뿌리 '한국'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울 예정이다. 모국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인 입양인 행사로는 최대 규모인 1,000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입양아들은 자라나면서 피부색이 다른 부모와 형제를 보며 매일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입양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한번쯤 갖게 되지만 주위에 그런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거의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1999년 워싱턴에서 400명의 한국인 입양인들이 함께 모인 행사가 입양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공유하면서 긍정적 사고를 갖게 된 최초의 장(場)이었죠. "
1,2회 행사를 통해 한국 입양인들은 유대의 중요성을 갈수록 절감하게 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올 4월 덴마크에서 200여명이 모여 내년에 대규모 모국방문행사를 구상하게 됐다. 수잔 콕스 등 이들 한인 입양인 4명은 20만명으로 추산되는 한국 입양인들 모임의 손과 발인 셈이다.
"한국인 입양 역사가 반세기에 이르면서 입양인들도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과 세대가 달라지고 고민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럴수록 더 자주 모여야 합니다." 그래서 내년 서울 행사에서는 연령별 워크숍을 열어 비 입양인과의 교제, 결혼생활, 자녀들의 정체성 고민해결 등 또래간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행사 기간에 한국음식만 먹기, 한복 입기, 경복궁 관람, 청와대 방문 등 '한국 사회와 문화 알기' 프로그램이 실시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은 내한 이틀째를 맞은 21일 제1회 행사 당시 만찬을 베풀어주었던 이홍구 전 주미대사를 만나 서울 행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았고 외교통상부, 해외동포재단,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후원기업 관계자들을 만난 뒤 24일 한국을 떠난다.(www.adopteegathering2004.org)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 최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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