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아파트시세 조작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부동산정보(시세)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에 회원사나 모니터사로 가입한 후 매물입력 자격을 얻으면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미끼 매물을 올려 호가를 조작하고 매수 및 매도자를 유인하고 있다. 일종의 호가 인플레이션을 확산시키며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업계에 따르면 중개업소들은 경기 평택 장당지구나 고양 가좌동 등의 분양권 매물이 달리자 고가 매물로 매도자를 유인해 매물잡기에 혈안이다. 고양시 가좌지구의 벽산블루밍2차 33평형의 경우 실거래가는 2억2,400만∼2억2,900만원선. 그러나 모 시세정보업체 인터넷에는 2억3,400만∼2억4,500만원에 매물이 나와 호가차이가 1,000만∼1,600만원가량 나고 있다. 또 평택 장당지구의 한국아델리움 33평형도 실거래가 1억7,350만∼1억8,550만원이지만 인터넷에는 500만∼1,000만원이 높은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실제 매매가보다 비싼 호가를 제시, 분양권 등 매물을 내놓게 유도하면서 매수자에게는 치솟는 매물가격에 애를 태워 가격이 높든 적당하든 사고 보자는 생각을 갖게 부추기는 수법이다.
재건축단지같이 비교적 거래 금액단위가 큰 곳은 저가 매물로 매수자를 유인하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2단지의 경우 실 거래가는 4억2,000만∼4억3,000만원이지만 인터넷에는 400만∼4,000만원 가량 낮은 3억8,000만∼4억2,6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고객들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매물 호가 차이가 왜 그렇게 심하냐"고 따지면 요즘 주택가격이 하루 만에 몇 백만원씩 폭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둘러대기 일쑤다. 심지어 자꾸 오르는 시세를 일일이 인터넷에 들어가 고치기 귀찮아 날짜만 바꾸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유난히 가격이 낮게 나온 매물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가짜 매물 성격이 강하고 수요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칫 부동산 업자들의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으니 확인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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