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6·26 전당대회의 대표경선에 나설 후보들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첫 합동 정견발표회를 갖고 유세 경쟁을 벌였다. 이들은 1,000여명의 당원을 상대로 당 쇄신방안과 정치개혁, 총선 승리 대책 등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유세 내용이 서로 비슷한 데다 일방적인 연설에 그쳐 다소 맥 빠진 분위기였다. 이들은 29일 MBC―TV '100분 토론'에 출연, 국민을 상대로 유세대결을 벌일 예정이다.왜 내가 돼야 하나
추첨을 통해 첫 연사로 나선 전북 익산 출신 김덕룡(62) 의원은 "내가 가교가 돼 당을 외면하고 있는 특정지역, 젊은 세대에게로 지지를 넓혀가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질 수 없는 대선을 안이한 자세 때문에 졌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서청원 후보를 비난했다.
경북 영주 출신의 이재오(58) 의원은 "새 인물을 당의 전면에 배치해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대사변을 일으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천안 출신인 서청원(60) 의원은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말씀부터 드린다"며 불출마 선언 번복을 사과한 뒤, "수도권 총선 필승의 카드, 당내 화합의 적임자"임을 부각시켰다. 부산 출신의 김형오(56) 의원은 "당의 진정한 개혁은 세대교체에 있다"면서 '50대 리더십'을 역설했다.
경북 의성 출신 강재섭(55) 의원은 "만년 야당, 불임정당 이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는 젊은 기수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면서 '젊은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전대를 잘못 치르면 당이 살아 남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에 흙탕물을 묻히겠다"면서 "총선에서 먼저 이기고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남 산청 태생의 최병렬(65) 의원은 "당 혁신을 위해서는 정치적 사심이 없는 인물이 대표로 선출돼야 한다"면서 "차세대에게 길을 열어주는 징검다리와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당 개혁 방안
후보들은 '노쇠하고 수구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당 이미지 탈피를 의식한 듯 "당선되면 젊고 유능한 인사를 당의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역설했다. 또 노무현 정부에 대해 날카롭게 각을 세우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덕룡 의원은 "국고보조금의 40% 이상을 정책개발에 투입하고 천안연수원을 매각, 그 재원으로 국내 제1의 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집권당을 능가하는 정책경쟁력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의원은 "청년·여성 당원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정치학교를 설치해 젊은 층의 정치 참여와 기반 확대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개혁을 외면하는 보수, 무책임한 진보세력이 아닌,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강한 중간세력이 주도하는 국민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형오 의원은 "인사와 재정, 공천권이 독립기구로 이양되는 분권형 정당, 인터넷 방송국 설립 등을 통한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의원은 "중앙당은 정책을 생산하는 기능만 있도록 축소하고 원내대책과 정책에 대한 전권을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에게 보장할 것"이라며 "나 자신부터 국회로 출근, 명실상부한 원내중심의 정책정당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최병렬 의원은 "경쟁력있는 젊은 인재를 양성해 노·장·청이 함께 하는 역동적인 정당을 만들겠다"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요당직 지역안배, 반대만 일삼는 '안티 정당'의 이미지 탈피 등을 제시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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