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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누가 이 물고기를 모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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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누가 이 물고기를 모르시나요?"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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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7,000만 마리의 물고기 중에서 아들을 찾겠다고?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바늘 찾기 만큼이나 황당한 일이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등 비(非)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포장해온 픽사 스튜디오는 이번엔 물고기 아버지의 눈물겨운 아들 상봉기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로 또 한번 신화 창조에 나섰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의 하나인 호주 동북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이 바다에 사는 열대어 말린에게 아들 니모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존재다. 아내 코랄과 400마리의 알을 청새치가 냉큼 다 먹어 버리고, 유일하게 남은 알에서 깨어난 것이 바로 니모. 게다가 니모의 한쪽 지느러미는 발육이 부진해 아버지는 더욱 애탄다. 등교 첫날, 아이들과 까불며 큰 바다에 나갔던 니모가 다이버의 뜰채에 실려 '납치'되자, 말린은 다이버의 수경 하나를 단서로 아들 찾기에 나선다. 영화는 아들을 찾아 큰 바다를 모험하는 아버지 말린의 여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찾는다.

말린이 만나는 기발한 캐릭터들은 이 영화의 묘미. 성격개조 프로그램(마치 금연, 금주 모임 같다)에 참가한 상어 3인조가 "물고기는 음식이 아니라 친구"를 외치며 욕망을 억제하는 대목이나, 복어 말미잘 등 어항에 갇힌 동료들이 니모를 위해 준비한 성인식 장면(호주 원주민의 의식을 그대로 패러디), "끼룩끼룩"하는 기러기 울음을 먹는 것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기러기의 괴성 "마이 마이 마이 마이"("내거야"라는 뜻)로 바꾼 것은 기발하다.

그러나 역시 웃음의 압권은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 질병의 형태는 '메멘토'의 주인공과 똑같지만, 도리의 건망증은 폭소탄이다. 말린에게 아들을 찾는 사연을 들은 뒤 "근데 누구세요"라고 묻거나 어둠 속에 둘이 갇혀서는 "넌 누구야? 혹시 내 안의 자의식?"이라고 말하는 대목, 수족관에서 탈출한 니모를 만난 후 "니모? 음 좋은 이름이군"하며 니모를 그대로 돌려보내는 대목에서 웃음을 참기란 어렵다. 그러나 도리는 '시드니 왈라비 스트리트 42, 셔먼'이라는 수경에 쓰인 주소만은 잊지 않음으로써 '사랑의 힘'을 증명한다.

말린을 시드니로 안내하는 녹색 바다거북(감독 앤드류 스탠톤이 목소리 연기) 떼, 물고기를 잡아 먹는 해파리떼 등 수중 동물의 생태와 움직임이 놀랄 만큼 정교하게 표현됐고, 작은 물고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매스게임 식으로 시드니 하우스, 화살표를 만들어내는 장면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말린은 코믹 연기의 대가 알버트 브룩스, 니모에게 탈출 방법을 알려주는 사연 많은 물고기 길은 윌리엄 데포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토이 스토리'처럼 어른에게는 수많은 '코드'를 제공하고, '인어 공주' 외에는 바다 속 동화가 없다고 믿는 아이들을 더 고급한 애니 세계로 유인하는 잘 만든 영화. '진주만' 등 대형 영화의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배급사의 경영 실적을 '한 판 뒤집기'할 기대주로 꼽히는 이유를 알 만하다.

브에나비스타코리아는 6월 6일 개봉을 앞두고 23일 CGV상암10에서 세계 최초로 관객 대상 시사회(무료)를 갖는다. 홈페이지(www.findingnemo.co.kr)를 통해 응모. 전체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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