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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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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쌀(3)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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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본 일은 없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쌀이 들어온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내 생각에는 차라리 한국과 미국에서 쌀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쌀은 백성들에게 차려지지(배분되지) 않습니다. 군대나 당의 높은 간부들에게만 일부 돌아갑니다. 백성들은 어차피 먹고살기 바쁜 거고, 그 사람들만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그런 쌀은 안 줘도 된다고 봅니다."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란 민간단체가 펴내는 월간지 5월호에 게재된 한 탈북 여성의 주장이다.■ 중국 옌볜에서 노래방에 취업중인 그녀는 원조 받은 쌀은 일단 군대로 들어가는데, 거기서 간부들이 빼돌려 장마당에 내다 팔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증언의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북한이 원조 받은 쌀을 굶주린 사람들에게 주지 않는다는 의심을 사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2000년 10월 정부가 태국산 쌀 30만톤과 중국산 옥수수 20만톤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키로 결정할 때, 분배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우리측이나 국제기구 대표의 현장확인을 조건으로 걸었다.

■ 오랫동안 북한을 돕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도 쌀이 전량 민간에 배분된다고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지원량을 줄였다. WFP는 쌀 대신 밀과 옥수수로 곡물을 바꾸었다면서, "밀과 옥수수는 쌀처럼 귀한 것이 아니어서 주민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구호곡이 군과 정계 특권층에 빼돌려지고 있다는 보고에 따라, 올해는 식량지원을 늦추고 있다.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감시할 때는 제대로 배급되지만, 요원들이 떠나면 도로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 쌀과 비료 지원을 위한 남북 경협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고 있다. 다른 회담은 까탈을 부리면서도 쌀과 비료를 얻기 위한 회담에는 언제나 적극적인 그들이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대결방향으로 나가면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아돌아 처치가 곤란하다니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 걸까. 기분이 상한 남측은 10만톤씩 보낸 뒤 우리측이 현지에 가서 분배상황을 확인키로 했던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했다. 쌀이 갈 곳으로 가지 않는다면 현장확인이 무슨 소용인가. 무작정 줄 수도 없고, 굶는 동포들을 모른체 할 수도 없고, 정말 어려운 문제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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