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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한국야쿠르트 김순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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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한국야쿠르트 김순무 사장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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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재직기간 동안 마신 야쿠르트가 수영장 하나 크기는 될 겁니다."한국 야쿠르트 김순무(60) 사장은 한국 발효 유산균의 산 증인으로 불린다. 유산균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1970년대 초 이 분야에 뛰어 들어 30여년간을 국내 발효 유산균 개발과 보급에 전력을 쏟은 발효유 1세대다.

서울대 농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한국야쿠르트가 국내 최초로 발효유 생산 공장을 준공하기 한 달 전인 71년 5월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발효유 시장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분야였다. 김 사장이 중소기업인 한국야쿠르트를 선택한 것은 국내 발효유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기 때문이다.

"입사 전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발효유가 보건학적·상업적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했지만 발효 우유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미개척 시장에 승부를 걸기로 한 것이지요. 처음 시제품을 마신 소비자 중에는 발효균이 들어간 제품이라는 말을 듣고 토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발효균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던 거지요."

김 사장은 매일 아침 노란 유니폼을 입고 가정을 방문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건강을 배달해 주는 '천사'라고 부른다. 한국야쿠르트가 외환위기와 노사 분규 상황에서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이들이라는 것이다.

"가정 배달 서비스는 국내에서 처음 도입한 유통·배송 서비스입니다. 이 독특한 마케팅 덕택에 발효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좋아지고 매출도 급증했습니다. 지금도 1만2,000명의 '여사님'(야쿠르트 아줌마 별칭)들이 맨 앞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지요."

김 사장은 33년간의 한국야쿠르트 재직 중 만 25년을 생산 분야에 종사하면서 발효 식품 예찬론자가 됐다. 발효균 연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에서 특성을 파악하고 개발한 세균만도 수 천 개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김치, 젓갈 등 발효 식품을 가장 많이 먹는 민족이지만 '세균'을 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효 세균 중에는 인체에 유익한 것이 무수히 많습니다. 최근 들어 몇몇 세균은 대체 의학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특정 부위나 상황에 효과가 있는 세균들은 건강 보조식품 뿐 아니라 치료 효과까지 거둘 수 있습니다."

그의 세균 예찬은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세균도 현대 과학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균을 잘 다루면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지요. 발효유를 다루는 업체에서 세균에 대한 정보는 큰 자산 입니다."

김 사장은 국내 발효균에 대한 연구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단, 아직 발효유에 대한 국민들의 소비 형태가 이를 따라주지 못해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법 규정에 따르면 1쭬당 1,000만 마리 이상의 유산균이 들어 있어야 발효유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한국야쿠르트의 65쭬 용량 '야쿠르트' 제품에는 1쭬 당 무려 1억∼2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고농축된 양질의 제품이지요. 야쿠르트 병 크기가 작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65쭬만 해도 10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있어 충분한 유산균 효과를 냅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발효유 뿐 아니라 일반 음료와 면류 분야에도 꾸준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지난해 단일 제품으로 2,000억원이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린 프리미엄급 발효유 '윌'의 후속 제품 연구도 상당히 진척돼 있다고 전했다.

"솔직히 말해 뒤늦게 뛰어든 음료와 라면 분야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게 됐습니다. 앞으로 캔 음료 분야를 다양화하고 라면도 마른 수프 대신 농축 국물을 사용하는 고급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주력 상품인 발효유 분야에서는 기능성 신제품을 내년쯤 선보일 예정입니다."

요즘도 새벽 4시에 기상해 운동을 한 뒤 야쿠르트 한잔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는 김 사장은 "인체에 유익한 세균을 찾아 산업화하는 일에 남은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 김순무 사장은 누구

▲ 1943년 경기 개성

▲ 대전고· 서울대 농대 수의학과 졸업. 서울대·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 1971년 한국야쿠르트 공채 1기 입사

▲ 1988년 평택 공장장

▲ 1995년 생산 본부장

▲ 1997년 한국야쿠르트 부사장

▲ 2000년 한국야쿠르트 사장

―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수훈, 한일경제인대상 수상(이상 2002년)

― 가족관계: 염혜경씨와 1남2녀

■ 한국야쿠르트는 어떤회사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1969년 설립된 발효유 전문회사. 설립 당시부터 일본야쿠르트가 38%의 지분과 기술력을 제공했다. 1971년부터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발효유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후 라면사업(83년), 스낵사업(86년), 음료사업(95년), 생수사업(96년)에까지 진출했다.

■나의 건강법

'건강'을 화두로 삼고 있는 회사의 CEO인 만큼 가급적 스스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담배는 20여년 전에 끊었고, '두주불사'에 가깝던 술도 즐기는 선에서 가볍게 마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건강을 지키기가 힘들다고 생각해 1990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장충동에 있는 헬스장으로 달려 간다. 한시간 가량 런닝머신을 달리며 몸을 풀어주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단련한다. 간단히 샤워를 해 몸이 개운해지면 수면실에서 30분 정도 잠을 청한 뒤 8시 30분에 사무실에 온다.

아침 식사는 회사에서 발효유 한잔이면 거뜬하다. 영양의 보고인 원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제품이기 때문에 아침 대용식으로 제격이다. 대신 점심과 저녁은 충분히 즐기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 먹는 식품은 신체 리듬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급적 과식하지 않는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은 격무에 시달리는 CEO에게 필수 요소다. 휴일에는 등산과 골프를 즐긴다. 편하게 만나는 사람들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르는 등산은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승부를 떠나 서로에 대해 배려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진짜 비결은 삶을 즐겁게 사는 것 아닐까 싶다.

■내가 본 김사장

김순무 사장과는 대학시절부터 현재까지 약 40여년간 교분을 나누며 지내왔다. 70년대 초부터 십여년간 한국야쿠르트에서 같이 일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오랜 교분을 통해 얻은 김 사장에 대한 인상은 한마디로 '성실한 사람'이다.

김 사장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온화함을 가졌다. 그의 따뜻한 배려는 상대방의 지위와는 상관없고, 습관화해 있어 주위 사람으로부터 항상 존경을 받는다. 또 그에게는 오래 참고 꾸준히 노력하는 진지함이 있다.

그가 지방 근무를 오랫동안 하면서 환경이나 처우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꾸준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 사장은 기업의 CEO로서 요구되는 지도력을 갖추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입사 초기에도 느낄 수 있었다. 70년대 초 그는 팀의 책임자여서 직접 궂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하역 작업 등 단순 노동에 앞장서며 부하직원을 독려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원칙에 충실하려는 신념과 목표 달성을 위하여 전력을 다해 어려움을 돌파하는 투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경영자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늘의 지혜를 얻는 통로를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에게는 인간의 능력과 지혜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이 있다. 늘 기도하면서 하늘의 지혜를 구하고 경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야쿠르트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다.

윤 영 호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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