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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판타지동화서 배우는 삶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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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판타지동화서 배우는 삶의 가치

입력
2003.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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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우정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 글·가스 윌리엄즈 그림

시공주니어·창작과비평사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1,2·버드나무 숲에 부는 바람 1, 2

케니스 그레이엄 글·패트릭 벤슨 그림

시공주니어·문예산책

어느 날 방송에서 아들 셋을 가진 왕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걸 듣던 이젠 다 큰 아들이 "엄마는 누가 왕위를 이어갈지 아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막내아들이다. 그것이 동화인 경우에는. 어릴수록, 그리고 현실에서 힘이 약할수록 주인공이 되는 동화의 구조를 아들은 이미 파악한 모양이다.

아들은 이제 더 이상 동화를 읽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사를 알기 시작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오글거리는 이야기에는 흥미를 잃은 듯했다. 그런 아들에게 권해줄 생각으로 내가 먼저 읽다가 오히려 내가 더 빠져버린 책이 있다.

'샬롯의 거미줄'에서 돼지 윌버는 너무 약하고 작게 태어나 죽을 처지에 놓이지만, 주인집 딸이 불공평하다며 항의하여 목숨을 건진다. 헛간에서 살게 된 윌버는 거미 샬롯과 친구가 된다.

샬롯은 겨울이 오면 도살돼 햄이나 베이컨이 될 친구 윌버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윌버의 우리 위에 '대단한' '근사한' '눈부신'이라는 단어를 거미줄로 짜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는 '겸허한'이란 말까지 윌버에게 붙여준다. 윌버 또한 샬롯의 표현대로 '대단하고 근사하고 눈부시고 겸허한' 돼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책 속에 나오는 샬롯의 말처럼 친구란 서로를 '승격'시키는 존재인가 보다.

'버드나무 숲에 부는 바람'은 숲과 그 근처에 사는 신중하고 주의 깊은 오소리, 현실적이고 착한 물쥐, 약간 둔하지만 친구에게 충직한 두더지, 사고뭉치 두꺼비가 엮어내는 이야기이다. 동물간의 우정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사랑과 그 자연 세계의 위험을 이겨내고 돌아갈 내 집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샬롯의 거미줄'보다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많으므로, 아이가 혼자 읽기 힘들어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아도 된다. 한 장씩 따로 읽어도 될 만큼 독립적이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화를 읽으면서, 어떻게 동물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느냐고 따지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렇게 볼 때,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보다 자연스럽게 판타지를 받아들인다. 이미 다 알아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지레 관심조차 갖지 않는, 그러나 내 아이들이 꼭 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진리나 우정 사랑 희생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그릇으로 판타지 동화를 권하는 이유이다. 사실 동화가 세월이 지나면 바로 그 배경의 사실성 때문에 재미를 잃는 반면, 좋은 판타지 동화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를 세대를 이어가며 전달할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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