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 문제 답이 뭐지?"학생: (백광호처럼 덜 떨어진 목소리로) "나야 잘 모르지."
영화로 가장 '뜬 사람'을 묻는 질문에 영화사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백광호 역의 박노식 말투 흉내내기가 인기라고 전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이 개봉 24일 만인 18일 340만명의 관객을 동원, 올 최고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510만명)의 기록을 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타이 부대의 극장행을 부추긴 이 영화는 고교생, 대학생 등 핵심 영화 관객이 본격적으로 극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개봉 4주 째를 맞아서도 관객이 거의 줄지 않아 올 최고 흥행 기록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 영화로 제작사는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 정답은 '아직 못 벌었다'이다. 싸이더스가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맺은 계약 때문이다. 두 회사는 당초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감독)와 '살인의 추억' 두 편을 한꺼번에 정산하기로 계약했다. 제작비가 40억원 넘게 든 '지구를 지켜라'는 극장에서 참패, 제작비 35억원과 마케팅 비용 18억원이 든 '살인의 추억'이 '지구…'의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싸이더스측은 "관객이 380만명을 넘어서야 '지구…'의 손실분을 메우고 이익을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살인의 추억'은 여태까지 나온 국내 영화 가운데 손익분기점이 가장 높은 영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배우나 감독의 보너스도 없을까.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 1,500만원의 연출료를 받았던 감독은 이번에는 수억원의 보너스를 받을 전망이다. 영화사에서는 "개런티는 프라이버시"라며 밝히기를 거부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연출료 3,000만∼4,000만원과는 별도로 2억∼3억원의 보너스를 받게 되리란 관측이 유력하다.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은 배우는 송강호가 유일하며, 감독보다 약간 적은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너스는 없어도 그 이상의 수확을 얻은 이가 김상경과 박노식. 송강호의 연기는 최상급 평가를 받았지만 작품 선택이 까다롭다는 소문 때문에 캐스팅 제안이 폭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상경의 경우 충무로의 '러브 콜'이 잇따르고 있으며, 용의자 '백광호' 역의 박노식은 다음카페에 팬 클럽까지 결성되는 등 뜻밖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87년 11월 교통사고로 숨진 가수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가 15년 만에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것도 '살인의 추억' 돌풍의 부수 효과이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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