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 행진에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일본 중앙은행은 19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달러당 115엔에 근접한 115.10엔까지 떨어지자 달러 매입에 나서 추가 하락을 막았다. 더 이상의 환율 하락은 수출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유로권 12개 국가도 달러화 하락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조만간 금리를 포함한 인위적 통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달러화 약세를 보는 전문가들의 관심은 달러 가치 하락이 언제, 어느 수준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데 집중돼 있다. 지난달 도매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 디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된 미국 경제를 생각하면 '약한 달러'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이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를 통해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득을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저가 수출 시장에서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 홍콩은 각각 위안, 홍콩달러가 달러 가치에 연동돼(페그제) 있어 미국의 수출채산성에는 별 효과가 없다. 달러 가치 하락에 따라 미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중국, 홍콩 기업도 자동적으로 똑 같은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각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 하락률이 들쭉날쭉인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1년간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21.2% 떨어진 반면 엔화에 대해서는 9.5% 하락에 그쳤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 하락률은 17.6%였지만, 15개 통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하락률은 6.6%였다.
외환시장 개입 의지가 강한 아시아권 국가들이 추가로 금리 인하 등의 조치로 환율 인하에 따른 충격을 상쇄시키려 할 경우 약한 달러의 효과는 그만큼 줄어든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미국 시장으로부터의 자본이탈이다. 미국 시장에서 해외투자자들은 국채의 45%, 회사채의 35%, 주식시장의 12%를 점하고 있다. 달러화 하락은 이들 투자자의 이탈을 불러 결국 금리 인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의 달러화 약세 용인 발언으로 19일 미국 주가가 폭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1990년대 한껏 부풀어 오른 달러 가치를 감안하면 추가 하락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95∼2002년 달러 가치는 닷컴기업 붐에 편승해 15개 통화에 대비해 무려 35.8% 상승했다. 따라서 최근 하락세는 달러의 거품이 걷히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재정 적자 확대, 미국 금융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도 미 당국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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