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도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동이 막 터오른 16일 아침 6시 서울 서초동 솔고바이오메디칼 세미나실. 김서곤(63) 솔고바이오메디칼 회장, 고시환(39) 압구정 홍은소아과 원장, 임용배(47) 아주 IT 대표이사 등 공사모(공부를 사랑하는 CEO 모임) 회원 12명이 최근 출간된 경영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을 놓고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고시환 원장이 PC를 켜고 책 내용을 요약하자 김 회장이 나머지 참석자들로부터 질문과 답변을 이끌어갔다.지식경영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공부하는 CEO'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공사모는 학연, 지연으로 얽히고 설킨 여느 CEO 모임과는 달리 오로지 '공부' 하나로 뭉쳐 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머리를 맞대고 스터디를 한다. 발제자가 그 날 교재를 요약하면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식으로 진행해 지난 달에만 '매킨지식 전략 시나리오'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노트' 등 10여권을 독파했다.
이들은 경영지식포털 휴넷(www.hunet.co.kr)이 지난 해 개설한 '휴넷 MBA 과정'에 등록했다가 서로 알게 됐다. '휴넷 MBA 과정'은 경영 지식을 온라인 위주로 7개월간 강의하는 프로그램. 공부를 함께 하다 보니 의기투합해 오프라인 모임까지 갖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이 공사모 회장을, 고 원장과 임 대표이사가 공동 간사를 맡고 있다.
모임 결성을 주도한 김 회장은 젊은 시절 의료기 영업사원을 하다가 우연히 '스테인리스의 모든 것'이라는 영문원서를 입수, 스테인리스 제조법을 독학으로 터득해 솔고바이오메디칼의 전신인 솔코를 차렸다. "남들이 술 마시며 인맥 쌓기에 열중할 때 저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결국은 연 매출 500억원대의 코스닥 등록기업을 일궜잖아요."
단국대 의대 교수 출신인 고 원장은 "주위 분들이 사람을 알아야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경영 지식이라는 생각에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유식 업체 '아기밥'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공학도 출신인 임 대표이사는 "공사모에 가입하고 나서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도 끊었다"며 "회원 모두가 시간에 쪼들리지만 결석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자랑했다. 이들 외에 김병석 코인텍 대표, 김병훈 아마사소프트 대표, 김용일 광창철강공업 대표 등이 회원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