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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05>鄭飛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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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05>鄭飛石

입력
2003.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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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5월21일 소설가 정비석이 평북 의주에서 태어났다. 1991년 몰(沒). 정비석은 인간의 애욕의 세계를 즐겨 그린 다작의 대중 소설가였다. 그의 작품 가운데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힌 것은 '자유부인(自由夫人)'일 것이다. 1954년 정음사에서 출판돼 장안의 지가를 크게 올린 이 소설은 그 직전 서울신문(대한매일의 전신)에 연재될 때도 이 신문의 판매 부수를 치솟게 할 만큼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자유부인'은 한국 전쟁 직후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오선영과 남편인 국어학 교수 장태연이 제각기 빠지게 된 일탈적 사랑을 그렸다. 이 소설이 대학 교수를 타락한 성모랄의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대학에 대한 '침략'을 자행하고 있다고 판단한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 황산덕과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한 작가 사이에 시끌벅적한 지상(紙上) 논쟁이 있었으나, 이 논쟁을 오늘 다시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을 지울 수 없다. 오선영의 일탈은 춤바람에서 그쳤고 장태연의 바람은 짝사랑에 그쳤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들 부부의 화합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자유부인'의 성모랄은 요즘 연애소설의 성모랄에 견주면 압도적으로 보수적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문학의 몰이해'를 운위하기에는 다소 낯간지러운 대중물이었다.

일제 말기 친일 문학의 둥지였던 일문(日文) 잡지 '국민문학'에 정비석이 기고한 수필 '국경'(1943)의 한 대목. "개개의 인간에게 이 지구상에서 단 하나의 낙원 밖에 없다고 한다면, 우리들에게는 말할 필요 없이 그것이 조국 일본이어야 한다. 우리들이 일본을 지켜가는 것은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백대 천대까지 이어질 우리 자손을 지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나를 최후까지 보호해주는 이 내 나라 일본밖에 없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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