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요일이 휴무라 오랜만에 책을 보려고 서울 동작구 보라매도서관을 찾았다. 좌석을 배정받기 위한 줄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이상하게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40대 아주머니였다. 알고 보니 시험기간인 자녀들의 자리를 잡아주려는 학부모들이었다.1시간을 넘게 기다려 도서관에 들어가니 열람실은 거의 빈 자리였다. 어머니들이 자리만 잡아놓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낮 12시쯤 되자 어머니가 자리를 잡아준 학생들이 번호표를 가지고 바로 열람실에 들어왔고 다른 중고생들은 좌석표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섰다.
입구에선 한 아주머니와 도서관 직원들이 실랑이까지 벌였다. 직원들이 빈 자리를 찾아 일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배정해 준 모양인데 그 자리의 번호표를 받아두었던 아주머니가 뒤늦게 나타나 자기 아이의 자리가 없어졌다며 항의하는 중이었다. 아주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기분이 상해 책을 챙겨 도서관을 나왔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더 크고 더 많은 도서관을 짓지 않은 구청, 학생들이 공부할 환경조차 마련해주지 않는 학교, 그저 자식 공부 잘하기만 바라는 어머니들…. 답답할 뿐이었다.
/soda9007·독자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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