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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北核 해결 막는 비합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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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北核 해결 막는 비합리성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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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을 써서 국제관계를 분석할 때 부딪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게임이론에서는 행위자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이 가정 아래에서는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전쟁보다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최소한 한 쪽 당사국의 지도자가 상황에 대해 오판을 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정치적 압력이 지도자의 합리적 결정을 왜곡한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들을 보면 지도자의 합리성 자체에 의문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비합리성이 전쟁의 원인이라면 게임이론은 무력해진다.

북한 핵 문제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생각을 잠시 벗으려 해도 쉽지가 않다. 전쟁이냐 평화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북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바람직한 길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안다. 북한이 1990년대 초에 남한과 합의했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국제 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층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보유를 추구하고, 개혁은 피하고 개방은 막으려 한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가치만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평화도 북한 주민의 삶도 희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햇볕정책은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추구했다. 그 성과로 남한과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적대감이나 경계심은 크게 완화되었다.

그러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데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로 동북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경제는 회복되지 않아 북한 주민들은 외부의 지원에 의해 연명하고 있다.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한국은 국제적으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이제 햇볕정책이 한계를 보임에 따라 또 한번의 방향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마침 한국은 정권 교체로 인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제사회를 설득할만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 역량의 부족으로 한민족의 운명이 외부적 힘에 의해 좌우되는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바람직한 길은 북한 핵 문제를 1994년 때처럼 대화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대화의 참여자와 합의 내용은 지난번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선의 내용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북한 문제는 10년 안에 다시 터질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외부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나아진다 하더라도 체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다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북한 지도층은 내부 동요를 막고 필요한 경제지원을 구하기 위해 외부에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북한 경제는 부실기업에 견주어 볼 수 있다. 구제금융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했으나 돈이 자꾸 더 들어가니 채권자들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구제금융이 오히려 경영개선 노력을 무디게 하는 것이 아닌가? 2세 경영자를 그대로 두고 회생시킬 수 있는가? 경영혁신에 대한 전망이 없으면 차라리 파산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부실기업을 파산시키는 게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량실업이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고 결사적으로 경영권을 지키려는 기존 경영진의 저항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채 수 찬 미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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