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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에 발목잡힌 증시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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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19일 2,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지수가 맥없이 주저앉자 프로그램 매매가 당분간 증시 수급을 악화할 최대 복병으로 주목받고 있다.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이미 지난 주 이래 예상됐다.

우선 외국인이 향후 장세를 낙관하지 않는 상태에서 최근 현물 매도에 앞서 주가 하락기에 차익을 얻기 위해 KOSPI 200 선물을 잇따라 매도하는 '현물 관망, 선물 매도' 포지션을 유지해왔다. 외국인의 이 같은 행보는 당연히 KOSPI 200 선물가격의 하락을 가져왔다.

프로그램 매매의 최대 주체인 국내 기관은 그동안 현물 장세의 침체 속에서 KOSPI 200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상태인 '콘탱고'가 나타날 때마다 '현물 매수, 선물 매도'를 통한 안전한 차익거래에 주력해온 결과,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현물 매수, 선물 매도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확보하게 된 현물 주식의 시가총액)이 평소의 2배에 가까운 1조2,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 물량의 상당부분을 어차피 다음 선물 마감일인 6월 12일까지 처분해야 하는 기관으로서는 지금까지와는 반대(현물 매도, 선물 매수)의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보유 현물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노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이 최근 매도 포지션을 강화하는 바람에 선물 가격이 하락함으로써 KOSPI 200 선물 가격이 현물 지수보다 낮은 '백워데이션' 상태가 이어지자 기관이 서둘러 선물을 사고 현물을 내다파는 프로그램 매도에 대거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거래소 김도연 과장은 "최근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평소의 6,000억∼7,000억원 수준에서 1조∼1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나치게 팽창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선물 만기일인 6월12일까지는 프로그램 매물 출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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