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르크스주의의 현재적 의의와 계승·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대규모 학술문화행사를 연다. 23∼25일 이화여대 이화삼성교육문화관(이화여대 후문 근처)에서 있을 행사는 '2003 맑스 코뮤날레(communnale)'. 마르크스주의를 단일 주제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술문화제이다. 행사에서는 '지구화 시대 맑스의 현재성'을 주제로 국내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의 논문이 55편이나 발표된다. 특히 이번 학술문화제는 논문 발표나 토론 등 학술행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태춘·박은옥 등 대중가수와 언니네 이발관 등 록 그룹 공연을 곁들인 종합 문화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사상 최대 마르크스 학술제
코뮌(Commune·자치제)과 비엔날레(Biennale·2년 주기 행사)를 합한 말 그대로 맑스 코뮤날레는 이번 문화제를 시작으로 2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린다. 지난해 9월 진보학자 230여 명이 참여해 조직위원회를 결성했으며 상임대표는 김수행(경제학)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올해 행사 집행위원장은 김세균(정치학)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주의의 제자리 찾기'를 표방하는 학술문화제의 의의이다. 지난해 코뮤날레 조직위 결성 취지문에서 밝혔듯 이번 행사는 '현실 사회주의 체제 몰락 이후 마르크스 이론의 폐기가 한국 진보학계의 지배적 조류가 되었지만 그 결과는 진보 이론의 방향 상실과 주류 부르주아 이론에 대한 학문적 종속'이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이들은 '진보 이론이 다시 마르크스 이론을 패러다임으로 삼을 것'을 코뮤날레를 통해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조직위는 나아가 '마르크스 이론의 정식과 방법에 입각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문제와 전면 대결하는 것은 물론 학술 작업과 문화 행사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소원해진 진보적 연구자 간, 진보 이론과 실천 간, 학술연구자와 문화예술가 간에 새로운 상호 이해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다. 김수행 대표는 "마르크스의 비판 정신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지적 유산"이라며 "세상을 변혁하는 힘을 모으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예술인 문화 공연도 함께
학술문화제의 발표 논문은 철학, 정치경제학, 정치·사회·문예이론 등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재평가와 연구 동향에 대한 소개·분석을 포괄한다. 또 현대 자본주의와 한국 사회 분석, 현재 한국 사회의 계급 투쟁 양태를 진단하고 변혁의 전망을 다룬 현장성 넘치는 글도 여럿이다.
발표자는 김수행 최갑수(서울대) 장상환 정성진(이상 경상대) 강내희(중앙대) 홍성태(상지대) 조희연(성공회대) 류동민(충남대) 교수,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이진경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회원 등을 망라한다. 행사 당일에는 미발표 글을 더해 모두 60여 편의 논문을 모은 '지구화 시대 맑스의 현재성'이라는 제목의 단행본 2권(문화과학사 발행)이 자료집을 대신해 판매된다.
조직위는 행사가 단순히 '마르크스 지식 경연장'에 그치지 않도록 정치활동가, 노동운동가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완전 개방했다. 개막일 풍물굿패와 노동예술단, 정태춘·박은옥의 축하 공연이 열리는 것은 물론 폐막일에는 가수 최도은을 비롯해 '디스코트럭' '레이지 본' '언니네이발관' 등 대중 록그룹과 '천지인' '바람' 등 밴드의 공연이 열린다. 행사 중 각국 인터내셔날가 모음과 민중운동 현장 편집 필름이 상영되고, 맑스 코뮤날레 축하 영상 메시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의 계승을 표방하는 행사에 무관해 보이는 대중 문화인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을 두고 "황당하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조직위는 "좌파 정치 이론가나 활동가에게 문화는 매우 약한 고리"라며 "과도기로 보아 달라"고 설명했다. 발표 논문 등 상세한 내용은 행사 공식 홈페이지 'communnale.jinbo.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