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부패방지위원회에서 만난 직원들은 그저 웃었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의 "천편일률적인 공직자 윤리는 안된다"는 언급 때문이었다. 공무원 행동강령이 난산 끝에 이날 막 시행에 들어가는 마당에 공무원의 수장인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한 셈이니 냉가슴을 앓을 만도 했다.부방위 직원들은 대놓고 불만을 터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비칠까 두 손을 내젓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내 "3월 말 부패방지대책보고회 때 보고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것이다"는 등 우회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각 부처에 권고하는 과정에서 토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서도 당혹해 했다. 무려 2년 동안 숱한 회의와 여론 수렴을 해왔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한 정책도 없으니 제대로 보도해달라"며 '대통령이 도리어 잘못 아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부방위는 표준안을 정하고 각 정부기관이 자체안을 마련했는 데 출발부터 삐걱거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부방위 직원은 "화물연대, 한미 정상회담 등 현안이 얽혀 잠깐 오해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행동강령 시행에서 일부 혼선이 빚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당장 청와대 비서실부터 직무 관련자 범위를 '모든 국민'으로 한 것에 대해 잡음이 있다고 한다. 청와대측은 "오래 준비했지만 정권 초기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부담을 느낀다는 취지"라고 발언 배경을 해명했다.
그러나 일단 시행된 정책에 대해선 공개적 언급보다 정책 라인을 통해 보완을 지시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하루 공직자들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말에는 천금의 무게가 있다는 말이 새삼 실감 났다.
안준현 정치부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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