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서울대 대동제의 개막 축제가 열린 13일 아크로 광장 무대에는 국내 유명 가수들과 함께 외국인 1명이 나란히 올랐다. 지난 해 가을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유학 온 델게마(21·사진)씨. 생김새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지만 한국말을 배운지 7개월에 불과한 몽골인인 그는 기타 연주를 직접하며 왁스의 '엄마의 일기'를 무리없이 소화해내 박수를 받았다. 3,000여명의 관객이 델게마씨의 애칭 '데카'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고 무대 밑으로 내려온 델게마씨는 "이번 공연이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의 화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델가마씨는 1999년 몽골에서 여성 4인조 그룹 립스틱을 결성해 정규 음반을 3장이나 냈고, 한국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 페스티벌에 몽골 대표로 참석, 4위에 올랐던 직업가수. 한국에 유학 온 뒤 모 방송사가 주최한 외국인노래자랑대회에 나간 게 계기가 돼 이번 공연에도 출연하게 됐다.
하지만 그와 한국의 인연은 뜻밖에도 가야금 사랑에서 비롯됐다. 16년 전 몽골 음악 학교에 입학했을 때 가야금을 처음 보고 반한 것. 부모님을 졸라 그 때부터 무려 12년동안 가야금 연주를 하며 '한국의 소리'에 빠져들었다. 그는 "현 하나 하나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소리는 몽골 전통 음악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묘한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가야금이 그에게 한국을 친숙하게 해 준 도구라면 위성방송은 그를 한국으로 직접 이끈 기폭제였다. 위성방송을 통해 한국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을 접하며 "한국을 찾아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이다.
요즘 그는 '한국 바로 알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 노래와 춤 연습을 하느라 하루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 그는 "한국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선 저 스스로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한다. "한국 젊은이들은 전통음악이 그저 재미없고, 쓸모 없는 것으로만 여기고 있다고 봐요. 그런 세대들이 성장했을 때 전통 음악은 이미 그 설 자리를 잃어버리겠죠"라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몽골 전통 음악을 한국 음악에 접목시켜 가수 활동을 할 계획인 델가마씨는 "한국 사람들에게 몽골의 전통 음악과 문화를 알리는 '문화 안내원'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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