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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脫 골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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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脫 골초를 위하여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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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골초였다. 기사를 쓸 때 담배는 늘 왼손 검지, 중지 사이에 끼여 있었다. 매일매일 승부하는 일간지 기자의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담배 없는 기사 쓰기란 생각해보지 못했다. 한창 때는 하루에 3갑까지 피웠다. 담배 한 개피 피우는데 2, 3분 가량 걸린다고 보고 수면, 식사 시간을 빼면 대략 15분∼20분 간격으로 담배를 피운 꼴이었다.금연을 결심한 것은 일본으로 1년간 연수를 다녀온 뒤인 1999년 6월이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 18년이 지나서였다. 연수 시절에도 금연을 시도해봤지만 무리였다. 흡연에 관대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 탓에 금연 결심은 채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금연의 계기는 단순했다. 법조팀장으로 검찰청을 출입할 때였는데, "함께 담배를 끊자" 는 타사 후배 기자의 제안에 선뜻 "그러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 단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는 조건이었다. 다른 기자들에게 결심을 알리고, 흡연 장면을 목격하면 신고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조건이 붙었지만 어차피 금연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금연 나흘째 쯤이었을까, 금단 현상이 나타났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술자리에서의 금연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묘안을 고민한 끝에 기자는 '자기 암시'를 걸기로 했다. 담배가 생각나면 담배를 몰랐던 시절을 떠올렸다. 몇 시간 동안 운동을 해도 지칠 줄 몰랐던 시절의 산뜻한 느낌과 함께 금연 이후 일어난 '작지만 좋은 변화'를 반복해 생각했다. 손에서 담배 냄새가 없어지고, 주머니에서는 담배가루가 사라졌으며, 담뱃재 꽁초 라이터 재털이 등과 씨름하지 않아도 됐다. 가슴이 한결 시원해졌고, 아침에 훨씬 가뿐하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3, 4개월이 지나자 큰일을 해낸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일부러 금연 사실을 자랑하고 다녔다. 행여 남아 있을 지 모를 '흡연 욕구'에게 마지막 족쇄를 채운 것이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금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경향이 있다. 고 최종현 SK 회장, 고 이주일씨 사망 이후 잠시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성인들은 그렇다손 쳐도 청소년 흡연의 증가는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의 흡연율은 30.2%, 전체 고교생의 평균 흡연율은 23.6%나 됐다. 흡연자 가운데 27% 가량은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한 규제나 예방 장치는 느슨하기 짝이 없다.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는 금지돼 있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고, 학교 현장의 금연 교육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자녀들의 흡연을 예방하고, 흡연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프랑스처럼 파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하거나,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 경우 내리는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빠들이 먼저 담배를 끊는 게 순서 아닐까. 자신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담배를 피우면서 자녀들에게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정의 달인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일보에 금연기를 연재하는 각계 인사 가운데 '금연 모델'을 찾아보며 5월을 '금연의 달'로 삼아보면 어떨까.

황 상 진 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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