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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 예수영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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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 예수영화의 역사

입력
200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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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우 겸 감독 멜 깁슨이 최근 로마의 유서 깊은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예수의 삶을 다룬 영화 '예수 수난'(The Passion)의 촬영을 마쳤다. 내년 부활절 개봉할 이 영화는 감독 깁슨의 10년 숙원 사업으로 2,500만 달러의 제작비 전액이 그의 지갑에서 나왔다.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날 하루의 얘기를 담은 영화로 예수 역은 역시 가톨릭 신자인 짐 캐비즐(사진)이, 막달라 마리아 역은 터질 듯한 육감의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맡았다. 영화의 대사는 사어가 된 라틴어와 예수 생존 당시 셈족이 쓰던 아랍어이며 자막은 쓰지 않을 예정이다. 예수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끔찍할 만큼 노골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예수 영화는 대강 헤아려도 100편이 넘는데 제프리 헌터, 막스 본 시도, 윌렘 대포 등이 예수 역을 맡았다. 성경이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것은 기적과 스펙터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골육상쟁과 간통, 전쟁, 부자 갈등, 탐욕, 질투, 음모, 배신, 구원 등 드라마의 요소를 고루 갖췄다. 특히 하느님이 선택한 영웅이 여색에 탐닉했다가 눈물을 흘리며 회개, 구원 받는 얘기처럼 극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감각적인 성경 영화의 효시는 아마도 무성영화 시대의 요부 테다 바라가 나온 '살로메'일 것이다. 세례 요한의 목을 날려 보낸 이 요부의 얘기는 1953년 리타 헤이워드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 네로의 이야기인 '십자가의 징표'(1932)에서는 네로의 부인 포페아 역(클로뎃 콜베르)이 알몸으로 당나귀 젖으로 목욕을 했고, '삼손과 데릴라'(1949)에서는 천하장사 삼손(빅터 마추어)이 빨강머리 데릴라(헤디 라마)의 요염에 녹다운 됐다. 사지로 간 부하의 아내를 취한 '다윗과 밧세바'(1951·그레고리 펙, 수전 헤이워드)는 간통 스토리의 대표이고, '탕아'(1955)의 유혹녀 라나 터너도 육감적이었다.

무성영화 시대를 제외하고 성경 영화가 붐을 이룬 것은 50년대. '쿼바디스',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 '성의', '테미트리아스', 폴 뉴먼의 데뷔작 '은배', '십계', '벤허' 및 '위대한 어부' 등이 모두 이때 만들어졌다. 스펙터클한 영상이 막 개발된 넓은 시네마스코프 화면에 잘 어울렸고 구원과 기적 이야기에서 미국인이 냉전시대의 핵 공포를 잊을 수 있었다.

성경영화의 제1인자는 세실 B. 드밀. 그는 무성 영화 '십계'와 '왕중왕'을 비롯, '십자가의 징표' '삼손과 데릴라' 및 '십계'를 새로 만들었다. 60년대 초 '폼페이 최후의 날' '왕중왕' '바라바스' 및 '가장 위대한 이야기' 이후 잠잠하던 성경 영화는 70년대 초반에 접어 들면서 사회성을 반영, '가스펠'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 같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이때는 '로즈 메리의 아기'(1968)에서 시작해 '엑소시스트'와 '오멘' 등 사탄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다.

80년대 가장 논쟁적인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의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1988). 예수가 마리아와 동침하는 장면으로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장 뤽 고다르의 '헤일 메리'(1985)는 주유소 종업원 마리아가 택시 운전기사인 애인 조셉의 아기를 임신해 교황의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LA미주본사 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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