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중견 · 중소기업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온 국내 SI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SAP, 오라클 등 외국계 ERP 업체가 매출액 1,000억∼2,000억원대의 중견기업 ERP 사업에 진출하면서 평균 5∼6대 1의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중견기업의 ERP 사업은 주로 소프트파워, 영림원소프트, KAT 등 중위권 국산 ERP 업체들이 주로 차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불어닥친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국내외 주요 SI업체들이 규모를 가리지 않는 사업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매출액 수백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ERP 시장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올 초 ERP 사업을 시작한 A제약의 경우 초기 제안을 내놓은 회사만도 무려 15개사에 이르렀으며, 마지막에는 외국계 3개, 국내 1개 업체가 경합을 벌였다.
현재 입찰과정이 진행중인 B식품과 안산의 자동차부품 업체인 C클러치에도 국내외 주요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 사업에는 SAP코리아, 한국오라클, 삼성SDS, SSA GT코리아, 소프트파워 등 유명 업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ERP업계 관계자는 "최근 덩치가 커진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ERP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업규모에 비해 ERP 도입이 더뎠던 제약, 자동차부품, 식음료 및 소비재 분야의 수요가 꾸준히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업체들이 물불 안가리고 중소형 ERP 사업에까지 뛰어들어 지명도가 약한 국내 중위권 SI업체들의 영업이 위협받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과열 경쟁이 지속되면 이미 5%미만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업계의 수익률이 더욱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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