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지연과 내수 침체,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상장사 1·4분기 순이익이 35% 이상 급감하고 총매출도 5.48% 줄어드는 등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18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12월 결산 529개 상장사의 1분기 순이익은 6조4,68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5.47% 줄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9조9,501억원, 8조2,362억원으로 15.47%, 32.19%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123조7,883억원에서 117조100억원으로 5.48% 줄었다.
★관련기사 B2·5면 표 B8·9면
이는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래의 내수부진과 교역조건 악화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직격탄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외환위기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만 해도 엄청난 호황을 구가했던 은행 등 주력 금융사들은 가계 신용위기와 SK글로벌 사태로 이어지는 악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각종 수익지표가 만신창이가 되면서 이번 기업 실적 급락의 '태풍의 눈'으로 전락했다.
카드·SK글로벌 대손충당 부담으로 금융사 휘청
은행과 일부 카드사를 포함한 13개 상장 금융사의 1분기 매출총액은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세로 전년 동기 보다 28.08% 늘어난 12조3,51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무려 95.42%가 급감해 전년 동기의 1조5,772억원의 20분의 1에도 못미치는 722억원을 얻는데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전년 동기 각각 1조2,995억원에 달했던 순이익도 4,48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사의 실적악화는 은행권만 5조2,577억원에 달하는 SK글로벌 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대손충담금 부담이 지난해 0.5%에서 1분기 중 최대 20%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카드채를 포함해 25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보유 카드사 관련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평가손 역시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LG투자증권 박종현 기업분석팀장은 "금리인하에 따른 예대마진의 확대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SK글로벌 부담과 카드사 위기는 3분기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침체·환율 급락에 제조업 실적 치명타
관리종목을 포함해 약 500여개에 달하는 상장 제조업체 역시 소비 침체 등 전반적 경기둔화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1% 감소한 104조6,586억원, 영업이익이 3.10% 감소한 9조8,779억원에 그쳤다. 제조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9.44%로 0.51%포인트 늘어 1,000 어치를 팔아 94원의 이익을 올린 셈이 됐지만, 기업 설비투자 감소에 따른 감가상각 축소 등에 따른 것으로 실제 내용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대의 실적 업종군을 형성하는 반도체·전자·정보기술(IT) 업종의 경우 하이닉스의 적자가 반영된데다, 원·달러 평균환율이 지난해 1분기 1,319원에서 올 1분기 1,200원으로 급락하면서 대규모 원화 평가손을 야기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장열 수석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미국 등지로의 수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주력 수출품목인 256 메가D램 가격도 지난해 1분기 평균 9.1달러에서 6.1달러로 하락(삼성전자)해 실적 악화를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7,772억원이 감소해 전체 제조업체 순이익 감소액 1조8,000여억원의 43%를 차지했다.
반면 통신업 영업이익이 1.35%의 정상적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제품 가격 상승 및 조선 수주 호황 등에 따라 철강·금속과 운수장비 업종은 각각 122.53%, 9.85%의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도 순손실로 전환
국민카드가 포함된 699개 코스닥 등록사들도 지난해 1분기 1조472억원 순이익을 올렸으나, 올해에는 173억원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 역시 3,589억원으로 73% 감소했고, 경상이익도 2,079억원으로 84%나 줄었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는 "1분기 기업실적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업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반적으로 2분기 실적은 1분기 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3분기 이후 실적 개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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