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한 증권시장 통합 방안은 한마디로 기형적이라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정부안의 핵심은 증권거래소, 코스닥시장, 선물거래소 등을 하나로 통합하고, 본사는 부산에 두기로 한 점이다. 머리와 몸통이 따로 있는 셈이다. 이런 정부 방침이 증시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당초의 취지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했다는 비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증시통합을 둘러싸고 2년 6개월을 끌어 온 그동안의 과정에서 볼 때 이번 정부 결정은 절충안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단일 거래소 설립과 부산지역 반발 무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절충안이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양측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더욱 증폭시킬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거센 반발이 나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방 분권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거래 전산화에 따른 공간적 문제점 해결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대부분 거래가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정부안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형태다.
증시는 자본주의의 꽃이고, 금융기법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돼 시간을 허비한다면 우리는 순식간에 뒤로 밀리게 된다. 이번 결정이 행여 다가올 선거를 의식해 지역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후유증은 자칫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다.
증권산업 개편이라는 시급한 과제가 언제까지 정치적 논리나 지역·집단 이기주의에 끌려 다닐지 걱정스럽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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