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매지 않는 일상복 차림과 직접 차를 모는 등으로 취임 후 연일 화제가 된 이창동(사진) 문화관광부 장관이 '영화는 창부(娼婦)의 자식'이라는 독특한 영화론을 피력했다.이 장관은 계간 문예지 '문학수첩' 여름 호 특집 '집중 조명 이창동'에 실린 '소설과 영화, 의사 소통의 두 경로를 위하여'라는 좌담에서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기술 때문에 만들어 진 매체여서 족보가 없다"며 "기술과 돈이 결합돼 탄생한 영화 매체는 비유하자면 생일은 있는데 태생이 없는 '창부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비가 누구인가 짐작은 간다. 사진 연극 소설 등이 있지만 누가 아비인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학은 근대주의의 산물로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품고 있는 의미와 관념을 소통시키는 텍스트로 존재했다"며 "영화의 영상은 감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탈 근대의 매체"라고 문학과 영화를 구분했다. 이어 그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기존 (서사 장르의) 속성과 창부의 속성이 붙어서 태생의 갈등을 끊임없이 증폭시키는 것이 영화 매체가 발전하는 과정"이라며 "영화에 엄청난 자본이 들어오면서 작품의 서사는 점점 빈약해지지만 서사가 가진 단순 기능은 점점 강화돼 영화를 만들 때 끊임없는 갈등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내가 쓴 소설은 아마 몇 만 부가 최고 판매 기록이겠지만 영화 '박하사탕'이나 '오아시스'는 관객이 120만, 130만 명이었다"며 "이처럼 많은 관객을 무엇으로 모았을까? 진담으로만 모았을까? 그건 아니다. 온갖 방식의 창부성을 동원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초록물고기' 등 3편의 영화가 창부성을 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피했다기보다 대중성을 이용했다"며 "다만 대중성을 어떤 관점에서 이용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관객이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대로 해주려고 했다. 그것이 창부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다음에 나만 만족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다 제대로 만나서 하는 게 좋겠다. 제대로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소통하고 만족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가 (영화작업 과정에서) 고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취임 초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옷의 철학이 뭐냐"고 묻자 "집사람이 사주는 대로 입는다"고 받아넘긴 뒤 "문화란 삶의 본질이긴 하지만 그것이 드러날 때는 아주 작은 디테일도 드러난다. 그러니까 문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 따라서 넥타이를 맸느냐 안 맸느냐, 이것에 시비를 거는 사회적 체제는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문학수첩'은 이 좌담 기사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방민호 국민대 교수의 '현대화, 대도시화의 수렁―이창동의 소설 세계', 영화평론가 김소영 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박하사탕―한국사회의 트라우마를 묻는다', 문학평론가 윤지관씨와 이숭원씨의 '문화인의 정치 참여 이래도 좋은가?' 등으로 특집을 꾸몄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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