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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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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입력
200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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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흡연이 바로 그랬다. 나의 첫 흡연은 결혼 이후, 아마 30세 전후로 기억된다. 그 후로 줄곧 30년 가까이 담배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 자신도 담배를 끊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한국일보의 금연 캠페인에 '금연기'를 쓰게 되리라곤 더더욱 생각을 못했다. 담배가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생활이었기 때문이다."한번 끊어볼까?"라는 생각은 자주 했었으나 생각보다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금연의 계기는 정말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2002년 1월 심한 감기몸살로 앓아 누운 적이 있었는데, 근 1주일을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동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손에서 놓게 되었다.

몸을 추스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무심결에 "나 담배 끊을까 봐" 라고 했더니, 아내는 당장 그날부터 "우리 남편이 담배를 끊었소"라고 광고를 하고 다녔다.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까 조바심이 났던 모양이다. 하여간 아내의 작전은 성공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의 금연을 기정사실화했고, 신문에 가십기사로까지 나가기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 담배 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이 몇 명 있는데, 민망하게도 그 중 하나가 나였다. 트레이드마크처럼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선 '문희상은 골초'로 통했다. 세어본 적은 없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내 흡연량은 하루 5갑이 정설이었다.

게다가 당시 고(故) 이주일 선생의 금연 캠페인으로 사회적 관심이 금연에 쏠렸던 시기였으니 나의 금연 소식을 전해들은 정치부 기자들이 가십기사로 쓸 만했을 것이다.

흡연을 시작한 후 "금연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순간은 항공기 안에 있을 때와 잠잘 때뿐이었다. 그러니 본격적인 금연을 시작하고 처음 두어달 동안은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한번은 꿈속에서 담배를 태우고는 '아, 내 의지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라고 자책하다가 벌떡 일어나 '꿈이었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다. 이제는 금연의 계기를 제공한 그때의 감기몸살이 내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고 말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가족의 건강이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간접흡연의 폐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이젠 나로 하여금 가족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면을 빌어 청와대의 대표적인 흡연가인 유인태 정무수석과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금연을 권하고자 한다.

일상의 작은 변화라면 청결함을 말하고 싶다. 자동차 안이나 집안에까지 담뱃재로 인해 지저분했던 것이 아주 청결해졌다. 신체의 변화는, 종종 있어 왔던 목의 통증과 두통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 15세 이상의 남성 흡연율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불명예스러운 통계에 나도 한 몫 했던 셈이니,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좀 쑥스럽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국일보의 금연 캠페인을 계기로 대한민국 국민이 금연에 동참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소중한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며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일보가 오늘부터 각계 인사들의 '나의 금연기'를 연재합니다. 금연기는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분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 중인 분들에게는 각오를, 뜻은 있으나 아직 시작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결행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죽음을 부르는 마약' 담배의 해악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사회를 지키기 위한 한국일보의 금연 캠페인에 흡연자는 물론 가족과 이웃들의 동참과 성원을 바랍니다.

★금연을 돕는 프로그램들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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