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시행에 들어가는 공무원 행동강령은 규정과 규율의 측면에서 보면 지난 정부의 공직자 준수사항보다 상당히 후퇴했다. 지금까지는 직무관련자로부터 골프나 식사 대접 등 향응과, 각종 회원권·숙박권 등 선물, 경조사비를 일절 못 받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무관련자에게서 1회 3만원 이내에서 선물과 식사 접대 등 향응, 5만원 이내의 경조사비를 받을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의 선물 접대 등 제한 규정은 아예 없어졌다.반면 현실성은 한층 강해졌다. '생활인'으로서 공무원의 숨통을 틔워 주되 부패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신고 및 징계 절차를 마련, 파면 등의 처벌을 철저히 하겠다는 의도다. 부패방지위원회 관계자는 "이전 공무원 준수사항은 규정만 엄하고 구체적 지침이나 처벌 조항은 없어 선언적 규정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직무관련자 범위를 각 기관에서 정하는 등 기관별 강령을 제정하고, 행동강령을 부패방지법에 근거한 대통령령으로 한 것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기관마다 서기관(4급) 이상 책임관을 지정하도록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문제되는 골프, 호텔 숙박, 룸살롱 향응 등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3만원 이상 접대에 해당하는 만큼 사실상 금지된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이에 따라 직무관련자를 모든 국민으로, 직무관련 공무원을 모든 공무원으로 규정했다. 특히 민정·정무수석실과 인사보좌관실 공무원은 직무관련 공무원과 만날 때면 어떤 경우든지 자신이 계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적지 않다. 당장 행동강령부터 단서조항이 많은데다 청와대도 '부득이하게 업무와 관련된 경우는 예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친구 등 직무와 관련 없는 사람의 경조사비 제공이나 향응, 선물에 대한 제한을 없앤 것도 시행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수 있다. 다른 기관 공무원을 통한 음성적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가 당사자가 아닌 다른 공무원이 대신 경조사 여부를 알리는 것을 금지한 것도 이에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재한 공무원 회식이나 골프, 공무원 간 회식 등 예산을 이용한 '관관 접대'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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