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해커와 해킹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들을 버리게 되길 기대한다.' 14일 국내 최대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인터넷 사이트를 해킹, 회원정보 30만건을 유출시킨 혐의로 구속된 김모(21) 씨. 2000년 8월 출간한 '해킹@리눅스'라는 책 서문에서 해킹의 긍정적 측면을 강변하며 최고의 해커를 꿈꾸던 김씨는 그러나 2년 뒤 한낱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10여년 동안 독학으로 해킹 이론의 대가가 된 김씨가 경찰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것은 2년 전. 2001년 1월 김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회원 수 1,000만명의 '아이러브스쿨' 사이트를 해킹한 혐의로 검거됐다. 다행히 기소유예로 풀려났지만 한때 동창회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이 사이트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해킹의 쾌감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했는지 그해 8월 SBS 인터넷 사이트에 침입, 수백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돌렸고, 그 대가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다시 지난해 9월 김씨는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 침입하면서 결국 전과 3범이 됐다. 그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배가 고파 구속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김씨의 부모는 그가 11세 때 이혼했다. 계모와 자주 마찰을 빚던 그는 현실 도피처로 컴퓨터를 골랐다. 그의 '컴퓨터 집착증'은 15세 때 사업이 부도난 아버지가 계모와 함께 미국으로 도피하자 겉잡을 수 없게 됐다. 김씨는 고교 2년 때 자퇴한 뒤 PC방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도 벌고, 컴퓨터 공부도 했다. 컴퓨터 학원강사나 IT업체에 취직하는 게 꿈이었지만 중졸 학력이 걸림돌이었다.
2000년 초 김씨는 '해킹의 고수' 들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함께 책을 내고, 보안업체에 취직까지 했다. 그러나 해킹은 마약처럼 그를 유혹했다. 2002년 5월 실직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씨는 '신용 불량자' 생활 탈출을 결심했다. 사이버 머니를 많이 보유한 20, 30대 전문직 종사자 30만명의 정보를 빼내는 계획이 성공했더라면 그는 억대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었지만 수사망을 피하지 못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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