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기아와 LG전을 보기 위해 잠실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7,000여명. 4월8일 인천에서 벌어진 SK의 시즌 개막전(2만1,000명)을 제외하면 평일 관중으로는 최대 인파가 모여든 잠실구장의 3루 내야석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이대진'의 이름이 메아리쳤다.암흑 같은 부상 터널에서 벗어나 11일 SK를 상대로 985일 만에 감격의 첫 승을 따낸 비운의 에이스 이대진(29·기아)의 첫 서울신고식을 격려하기 위한 응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 같은 함성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름아닌 기아에서 2년반 동안 한솥밥을 먹던 후배 김상현(23·LG)이었다. 김상현은 군산상고 출신의 프로 4년차 내야수로 2002년 7월 LG에 새둥지를 튼 중고신인.
지난 3년간 47경기에서 62타석에 들어선 것이 고작인 김상현은 하필 이날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늘 자상하게 대해주던 선배" 이대진의 상경길에 소금을 뿌렸다. 2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선취 타점을 뽑아내며 기선 제압에 앞장섰던 김상현은 2―1로 불안하게 앞서던 4회말 공격 2사 1루에서 이대진의 높은 초구 슬라이더(구속126㎞)를 끌어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LG전 6연승을 구가하던 이대진의 4회 조기 강판을 재촉했다.
LG의 7―3 승리. LG선발 최원호는 7이닝동안 26타자를 상대로 6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 1999년 7월11일 광주경기 이후 기아전 5연패의 징크스를 떨치고 시즌 2승을 신고했다.
한화와 롯데의 부산 경기에서는 선발 이상목의 완봉 역투를 앞세운 한화가 2―0 승리를 거두면서 파죽의 5연승을 이어갔다. '포커볼의 달인' 이상목은 시즌 6승을 98년7월6일 당시 쌍방울과의 전주전 이후 4년10개월만의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대구에서는 SK가 선두 삼성을 7―3으로 물리쳤다. 채병용은 전날 활화산처럼 폭발하던 삼성 타선을 6과3분의2이닝동안 산발 4피안타와 7개의 삼진으로 2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시즌 4승을 거뒀다.
수원에서는 김동주와 장원진의 홈런 2방을 앞세운 두산이 선두탈환에 갈길 바쁜 현대를 6―1로 물리치며 9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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