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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야노마모

입력
200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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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샤뇽 지음·양은주 옮김 파스칼북스 발행·1만5,000원

수레바퀴가 없어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숫자도 둘을 넘을 때는 '많다'로 표현하며, 자신의 용맹함을 알리기 위해 아내를 끌고 나와 사정없이 때리는 부족이 있다. 지구상의 마지막 원시 부족이고, 지금껏 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는 인류의 '살아있는 조상'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국경지대 열대우림에서 살고 있는 인디언 부족 야노마모족이다. 200여 개의 마을에 나누어 거주하는 2만여 명은 문명을 모른 채 그렇게 살고 있었다.

'야노마모―에덴의 마지막 날들'은 저명한 인류학자 나폴레옹 샤뇽(65)이 1964년부터 5년여 동안 참여관찰 방식으로 현지에 살며 기록한 내용을 92년에 보완해 낸 책이다. 68년 '야노마모―잔인한 종족'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후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인류학의 고전이기도 하다.

저자는 야만적이고 미개하게 보이는 이 부족의 문화를 찬찬히 살펴본 결과, 조직생활에서 합리적 측면도 있다고 밝힌다. 폭력이 일상화했지만 철저한 규칙을 통해 갈등이 조정된다. 예컨대 폭력은 처음에는 서로 가슴을 때리고, 몽둥이를 동원하고, 마지막으로 살상무기로 공격하는 단계를 밟는데 대부분은 초기에 오해를 풀고, 쌓인 감정도 털어버린다.

또 '와이테리'(사납다)를 첫 덕목으로 삼는 이 부족의 아내 폭행은 다른 남자들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목숨 걸고 아내를 지키려는 순수한 면도 있다. 그뿐인가. 다양한 구전 신화에 바탕한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자연에 관한 어휘도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

그러나 저자가 92년 이 부족을 방문, 외부 질병의 유입과 환경오염으로 마지막 에덴동산이 사라져간다고 안타까워 했다니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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